그 주인공은 나치정권 하에서 포로 수용소 감시관을 지냈던 에르나 발리시(85) 노파.
동독 출신의 발리시는 오스트리아 빈의 다뉴브강 인근 작은 아파트에서 자신의 잔인한 면모를 철저히 감춘 채 살아왔으나 나치 전범들의 탈출에 관한 책인 '악마 사냥'을 집필하면서 이들을 추적해 온 영국의 작가이자 역사가인 가이 월터에게 지난 19일 마침내 발각됐다.
유대인 인권단체인 시몬 비젠탈 센터가 수배해온 나치 전범 중 제7위에 올라 있는 발리시는 10대 시절 나치에 가입한 뒤 베를린 인근 라벤스부르크 여성 수용소와 폴란드의 마지다네크 수용소 등에서 수감자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당시 발리시가 근무했던 수용소의 일부 수감자들은 그녀가 여성 및 아동 포로들에게 위협과 폭력을 가했으며, 1944년 결혼한 뒤에도 임신한 몸으로 포로들을 때려 숨지게 하는 등 비인간적인 행위를 계속해 '나치 괴물'로 불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파트 주민들은 발리시가 이웃 노인들과 가끔 함께 커피를 마시거나 잡담을 나누는 등 지극히 '평범하고 다정한' 할머니였다면서 놀라움을 표시했다.
한편 오스트리아 법무부는 시몬 비젠탈 센터에 발리시에 대한 불기소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그녀의 범죄에는 공소 시효가 적용되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대해 가이 월터는 "오스트리아는 오랫동안 자국에 살고 있는 나치 전범들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취해왔다"면서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개입할 경우 나치 정권과의 공모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센터 측은 발리시가 폴란드 마지다네크 수용소에서 저지른 범죄를 인정했다는 사실을 내세워 나치 전범에 대해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폴란드 정부에 발리시의 처벌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