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 자동차·부품 상장계열사가 지난 3년 간 경기침체 및 엔화·유로화 약세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그룹 내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자동차 상장계열사는 실적개선에 성공해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재 현대차그룹 내 상장계열사는 총 11곳이다. 완성차 업체(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와 부품사(현대모비스, 현대위아)로 이뤄진 자동차·부품계열사와 철강(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현대비앤지스틸), 건설(현대건설), 운송(현대글로비스), 철도차량 제조(현대로템), 증권(HMC투자증권)을 포함한 비자동차 계열사가 있다. 매출은 자동차와 비자동차 계열사 모두 동반 상승하면서 그룹의 외형은 커졌다. 자동차 계열사는 2012년 약 169조 원이었던 매출이 2년 만에 180조 원으로 소폭 증가했고 비자동차 계열사 역시 같은 기간 49조 원에서 56조 원으로 14.3% 늘었다. 하지만 기업의 수익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자동차 계열사들은 완성차 판매가 늘어 매출은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5조4천억 원에서 13조7천억 원 2년 새 1조7천억 원이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16조9천억 원에서 14조4천억 원으로 2조5천억 원이 증발했다.
지난해 현대차가 글로벌 판매 496만 대, 기아차는 처음으로 연간 글로벌 판매 300만 대를 돌파하는 등 판매대수는 늘고 있는데 환율 하락으로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대표 김충호·윤갑한)와 기아자동차(대표 이형근·박한우)는 2년 새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1조 원 가까이 급감했다. 반면 비자동차 계열사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조6천억 원에서 3조5천억 원으로 34.6%나 증가했다. 특히 철강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대표 우유철)이 제품군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을 향상시키면서 영업이익이 50% 이상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각 계열사 주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1년 전 23만 원 대였던 현대차의 주가는 지난 29일 종가기준 15만8천 원으로 31.3% 감소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2위자리도 SK하이닉스(대표 박성욱)에 빼았겼다. 같은 기간 기아차(19.8%), 현대모비스(23.3%), 현대위아(21.9%) 등 자동차계열사의 주가도 20% 이상 빠졌다. 이처럼 그룹 내 비중이 높은 자동차 계열사가 수익성 저하에 따른 부진에 빠지자 현대차그룹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신차공세를 통해 완성차 점유율 및 실적향상을 통한 부품사와의 동반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 올해 3월 국내에서 먼저 출시된 현대차 신형 투싼
현대차는 '올 뉴 투싼'의 글로벌 론칭이 차례로 예정돼있고 신형 아반떼와 에쿠스를 하반기 중으로 투입한다. 기아차는 신형 K5, 스포티지 등 볼륨모델을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SUV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해외시장과 수입차 강세가 여전한 내수시장을 동시에 잡는다는 계획이다. 환율 문제 역시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정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것. 최근 루블화 폭락으로 주요 완성차 업체의 탈출이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 시장 사수를 결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 이원희 재경본부장도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통화 약세에 따른 악영향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환율이 안정됐을 때를 대비해 시장 지배력은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시장 점검에 나서는 등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현대기아차가 하반기 대규모 신차를 통해 위기를 탈출하려고 한다"면서 "엔저를 비롯해 우호적이지 못한 환경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