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직원 A씨는 인바운드(고객이 건 전화를 받아서 처리) 직무로 이동한 뒤 전화 벨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내상담을 통해 소개 받은 외부 상담기관에서 스트레스 상담과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직무 이동을 희망해 인사고충이 접수됐고 이후 발급지원 업무로 보직이 이동됐다.
보험회사 다음으로 고객 민원이 많은 카드사들에서도 최근 고객응대직원(이하 상담 직원)을 비롯한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카드(대표 위성호)의 '직원지원 프로그램(EAP)'이 주목을 받고 있다.
EAP는 2009년부터 시행된 신한카드의 상담직원 보호프로그램.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상담이 가능해 접근성이 좋고 외부 상담기관 및 병원과도 연계가 가능해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제적 치료와 컨설팅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호응도 높다는 평가다.
악성 소비자(블랙컨슈머)로부터 완벽하게 분리된 상태에서 상시적·체계적으로 고객 케어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등 정서적·제도적 직원 보호체계를 마련해 감정노동자의 권익 보호에 적극 대응한다는 원칙 하에 상담 직원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블랙컨슈머와 고객응대 직원 분리 후 EAP 프로그램 적용해 보호
먼저 블랙컨슈머가 상담 직원에게 악성 민원을 퍼붓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고객보호팀 하에 블랙컨슈머와 상담 직원을 분리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블랙컨슈머가 문제 행동을 시작하면 정중한 어조로 중지 요청 및 사전 녹음 고지 후 통화 내용을 녹음하기 시작하고 법적 처벌 내용도 안내한다. 이후에도 악성 민원을 계속 제기한다면 상담을 강제 종료하고 문제행동소비자로 선정해줄 것을 회사 측에 요청한다.
이후 성희롱을 비롯해 법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악성 고객들은 남자 또는 전문 상담사가 응대할 수 있도록 별도로 관리를 해 일반 응대 직원의 정신적 피해를 줄이고 있다.

실제로 신한카드는 일반고객 2천200만 명 중 이같은 문제행동징후고객을 1만7천여 명, 그 중에서 문제행동 소비자를 700여 명으로 보고 이들에게는 전담 상담 그룹에서 고객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일반 고객들은 1천600여 명의 일반 상담원이 안내하고 있으며 문제행동징후고객은 상담경력 3년, 문재행동고객은 5년 이상 베테랑 상담사가 전담하고 있다.
문제행동 소비자 전담 상담 그룹을 운영해 고숙련 전문상담 인력을 집중 대응시킴으로써 일반 상담원에 대한 구조적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문제고객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직원은 해당 고객과 원천 차단된 상태에서 직원 보호 유관부서 책임 하에 상담 및 치료 절차에 즉시 돌입한다. 여기서 적용되는 프로그램이 앞서 언급한 EAP다.

'사내상담'은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가능한데 산업카운슬러 2급 자격증을 소지한 사내 상담사 4명이 담당하게 된다. 사내 오프라인 상담은 본사에서 이뤄지는데 본사 외 직원이 상담을 요청한다면 직원과 협의해 별도 장소에서 진행된다. 오프라인 상담이 어렵다면 EAP 홈페이지 내 직원상담센터에서도 상담을 할 수 있는데 자택에서도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
사내상담이 끝나면 외부 전문기관과 협조해 상담 및 치료를 시작한다. 고객응대 직원이 감정노동자라는 점을 감안해 심리상담과 검사 그리고 가족상담·치료도 받을 수 있다. 직무스트레스, 자녀양육, 부부, 가족관계 등 다양한 심리문제에 대한 상담은 물론 성격 및 심리적 문제, 대인기피, 자신감 결여문제 등 이후 업무수행 부분에 대해서도 심리 치료가 진행된다.
외부 상담 후에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거나 희망자에 한해서는 심상치료 전문기관에서 추가 치료도 받을 수 있다. EAP 프로그램에는 한국 EAP 협회와 한국가족상담센터, 연세대학교 상담·코칭센터 등 총 6개 기관이 협력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EAP 제도와 같은 임상지원 이후에도 고충처리위원회는 분기마다 개최해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취합 및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법률적 지원이 필요하다면 자문 로펌과 연계해 법률적 제재를 비롯한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EAP 프로그램 이후에도 동일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문제행동 유형별 대응 가이드라인도 제시해 상담사 전용 사이버 교육을 강화하고 유형별 응대 가이드도 지속 업데이트하는 등 상담사들의 교육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신한카드는 직원 만족도 제고가 곧 고객 만족도 제고에 연결되는 만큼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직원 만족도 제고를 위해 각종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며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는 등 직원 만족도 제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