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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매수만 외치는 증권사 리포트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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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매수만 외치는 증권사 리포트 누구의 책임인가?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7.06.01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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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증권사의 리서치 리포트는 그 객관성에 있어서 사실은 그 쓰는 사람 또는 업자들 사이에서도 별로 신용을 안하는 그런 리포트입니다."

금융투자업계의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인 증권사 리포트의 신뢰성 문제가 최근 다시 투자자들의 입에 오르고 있다. 전직 증권사 대표이사가 그동안 관행으로 치부되던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매수(BUY) 의견 위주의 리포트를 작심하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최근 1~2년 사이에만 해도 대우조선해양과 한미약품 등에 대해 대다수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에서 매수의견을 냈다가 문제가 터지면 뒤늦게 예상주가를 낮추는 사례가 잇달아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매수의견 일색의 리포트는 지속적으로 발간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와 반대로 코스피 지수의 급상승을 예측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예상주가를 상향조정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증권사 리포트의 신뢰성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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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 센터의 매수 의견 위주의 리포트 관행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기준 국내 15대 증권사 중에서 한 번이라도 매도 의견 리포트를 낸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하나투자증권, 대신증권 단 3곳에 불과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은 매도 의견이 단 1건도 없었다.

특히 금융당국에서도 이 같은 관행을 개혁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4자간 협의체(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상장회사협의회·코스탁협회)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부 상장사의 갑질로 인해 증권사가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금감원에 개설된  '불합리한 리서치관행 신고센터'에는 현재까지 단 1건의 신고도 접수되지 않았다. 분쟁해결을 위해 조직된 '갈등조정위원회' 역시 지난해 8월 개설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괴리율을 공시하는 방안도 올해 1분기까지 추진될 계획이었지만 괴리율 산정 기준 등에 대한 갈등으로 시행이 9월로 늦춰졌다.  

문제는 이같은 방안으로도 매수 위주의 리포트 관행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증권사가 리포트 생산단계부터 법인 고객과 투자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리포트가 발간이 되면 해당 증권사에 대한 정보제공을 봉쇄하는 횡포를 부리기 일쑤다. 개인투자자들도 자신이 보유한 주식에 불리한 의견이 나오면 리서치센터나 애널리스트를 비난하는 경우가 잦다. 

기업과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한 증권사의 행태를 두고 '중립(보유)' 의견도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봐야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공시제도와 마찬가지로 증권사 리포트도 투자자보호와 주식시장의 건전성 유지를 그 목적으로 해야 하지만 일부 기업과 투자자들의 이기심이 이를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분칠이 된 '매수의견' 일변도의 리포트는 결국 기업의 가치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고 종국에는 주식시장의 신뢰성을 해쳐 존립마저 흔들 수 있다. 

이 같은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금융등국과 증권업계는 물론 기업과 투자자들의 각성이 의식전환이 요구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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