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시행했던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에 대한 국내주식거래수수료 무료화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가 우려되지만 고객모집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10여 개 증권사들은 올해 말까지 HTS와 MTS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주식거래계좌를 개설하는 신규고객과 1년 이상 미거래고객(휴면고객) 대상으로 국내주식거래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기간은 키움증권(대표 권용원)이 6개월로 가장 짧다. 신한금융투자(대표 김형진)가 2030년 말까지, KB증권(대표 윤경은·전병조)도 10년 간 수수료 무료혜택을 제공해 상대적으로 기간이 길다. KTB투자증권(대표 권성문·이병철·최석종)은 평생 무료다.

일부 증권사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동일한 주식거래수수료 무료 혜택을 준비하고 있다.
유일하게 '평생 무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KTB투자증권은 이벤트 기간을 내년 1월 2일부터 3월 31일까지 연장한다. KTB투자증권은 신규고객과 휴면고객의 주식·선물옵션 계좌에 대해 국내 주식과 국내선물옵션 거래 수수료가 평생 무료다.
대형사 중에서는 대신증권과 KB증권, 신한금융투자가 적극적이다. 대신증권(대표 나재철)은 신규고객 대상 MTS 거래시 1년 간 수수료 무료혜택을 제공한다.
KB증권은 통합법인 출범 1주년을 기념해 비대면 계좌 신규개설고객 또는 1년 간 무거래고객(자산 10만 원 미만)에게 제공했던 국내주식거래수수료 10년 무료 이벤트를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한다. 신한금융투자도 내년 3월 말까지 모바일로 'S-lite Plus' 계좌를 개설한 신규고객과 휴면고객에 대해 같은 혜택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미래에셋대우(대표 최현만·조웅기), 한국투자증권(대표 유상호도 조건을 소폭 변경해 무료 이벤트를 지속 시행한다. NH투자증권(대표 김원규)과 삼성증권(대표 윤용암)은 검토중이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대표 최희문)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진국), 유안타증권(대표 서명석·황웨이청)은 무료 이벤트를 하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이 비대면 채널 국내주식거래수수료 무료를 지속하는 것은 모객 효과가 컸고 이벤트를 중단했을 때의 역풍이 크다는 점이 감안된 결과다.
NH투자증권 모바일증권 '나무'는 지난 8월 말부터 두 달간 수수료 평생무료 이벤트를 열어 6만1천여 계좌가 신규 개설됐고 약 8천억 원 이상의 고객 자금이 유입됐다. 일일주식거래계좌 개설건수가 평소보다 10배 이상 늘었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비대면 주식거래수수료=무료'라는 공식이 이미 성립돼 이벤트를 종료하면 추후 고객 모집이 어려운 것은 물론 신규 고객에 대한 역차별 논란 소지가 커 증권사 입장에서도 주식거래수수료 무료 카드를 쉽게 접을 수 없다.
프라이빗 뱅커(PB)가 고객들의 주식투자를 자문 및 관리해주는 오프라인 계좌와 달리 비대면 계좌는 증권사 관리가 없어 수수료 무료화를 지속해도 수익성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증권사들의 수탁수수료는 2조4천437억 원으로 전년(2조5천227억 원) 대비 3.1% 감소하는데 그쳤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HTS/MTS)으로 거래 비중이 쏠리고 있다는 점도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현재 이벤트 성으로 이뤄지고 있는 비대면 채널 주식거래수수료 무료화가 결국에는 정례화 되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들은 이벤트를 연장시키는 방식으로 수수료 무료 혜택을 주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은 오프라인에 비해 수수료가 워낙 낮았고 PB들이 관리를 해주지 않아 증권사 입장에서도 수수료를 받기 애매한 입장이었다"면서 "브로커리지만 바라보는 과거 수익구조와 달리 최근에는 펀드투자나 IB 등 수수료 수익구조도 다변화돼있어 앞으로 비대면 주식거래수수료 무료는 서비스 개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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