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행장 은성수)이 극심한 내우외환 위기를 맞고 있다. 기타공공기관에서 공기업으로 전환될 상황에 부닥쳤고 채용비리는 물론 다스 지원 의혹 등이 한꺼번에 터지며 내외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기재부)는 다음 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신규 공공기관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지정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지난해 1월 기재부는 기타공공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공기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해당 은행들의 반대로 1년간 유보하기로 한 바 있다. 올해 1월 말 공운위를 개최해 관련 안건을 재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르면 시장성이 강하고 자산 2조 원 이상이면서 자체 수입액이 총 수입액의 85% 이상인 공공기관은 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11월 기재부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해 500여 개 기관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 법률 요건을 심사한 결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해당 조건을 충족한다. 현재 두 은행은 기타 공공기관 형태다.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수출입은행은 수출입은행법보다 우선되는 공공기관 운영법의 적용을 받는다. 수출입은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지만, 공기업이 되면 선임비상임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된다. 사업마다 이사회 승인이 필요해 일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
기타공공기관과 달리 공기업은 매년 정부로부터 경영평가를 받게 되며 결과가 임직원들의 성과급에 반영된다. 자연스럽게 회장과 행장의 권한이 약해지고, 정부 입김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수출입은행은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해왔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가 수은을 공기업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 상태가 시장에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며 사실상 공기업 전환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을 공기업화하려는 기재부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공기업 전환의 가능성이 한층 높게 점쳐 지고 있다.
◆ 채용비리 논란에 다스 대출액 증가 의혹까지...홍역
이뿐 아니다. 수출입은행은 채용비리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12일 채용비리 점검 과정에서 군 출신 현직실장이 전임자에게 인사 청탁한 정황을 기재부가 포착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면접전형 비중을 지나치게 높게 배정하거나 세부 평가 없이 종합등급을 매기는 등 일부 채용절차도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재부는 이런 의혹에 대해 심층 조사를 해줄 것을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에 의뢰했다.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으며 온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다스' 관련 의혹에서도 수출입은행은 자유롭지 못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다스 대출액은 702억 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줬다.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이명박 정부 시절 다스에 대한 국책은행의 지원금이 대폭 증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수출입은행은 이러한 의혹들이 한번에 겹치며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적법한 절차를 밟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군 출신 현직실장 채용조사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으로 조사결과가 나오면 조처를 할 예정이며 채용절차 관련 사항은 기재부 감사담당관실로부터 비리혐의가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난 후 제도개선 처분요구를 받아 곧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스라는 기업 자체는 건실한 기업이고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경영지표의 성장세가 뛰어나 적법한 절차에 의해 대출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논란들때문에 기재부가 수출입은행의 공기업 전환을 강행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재부의 수출입은행 공기업 전환 강행방침에는 해마다 논란이 돼온 방만 경영에다 최근의 채용비리, 다스 지원금 등이 배경"이라며 "기재부가 산은과 수은의 관리·감독의 고삐를 죄기로 한만큼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