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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금융관행①] 금융지식 부족한 고령자들 울리는 막무가내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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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금융관행①] 금융지식 부족한 고령자들 울리는 막무가내 영업
  • 김국헌 기자 khk@csnews.co.kr
  • 승인 2018.07.02 0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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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정비와 감독체제 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금융사들의 조직문화와 경영철학에 변화가 없는 한, 규정의 사각지대에서 금융사들이 관행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사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시리즈로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사례1.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양 모(남) 씨는 노약자인 어머니가 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비자고발센터에 제보했다. 올해 70세인 양 씨의 어머니는 무직상태였고, 자식들이 주는 용돈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자식들에게서 받은 용돈을 저금하기 위해 SBI저축은행을 방문했던 양 씨의 어머니는 은행원의 보험설명을 듣고 월 120만 원을 납부하는 보험에 가입했다. 양씨 어머니가 은행에서도 보험을 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은행원의 설명에 현혹돼 가입했다가 뒤늦게 취소하려고 하자 저축은행 측에서는 25%의 수수료를 요구했다.

사례2. 서울 노원구에 사는 김 모(여) 씨는 자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우체국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제보했다. 할아버지가 우체국에 할머니 명의로 예금을 했는데 만기가 되서 찾으려고 가보니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3000만 원에 달하는 돈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91세의 고령으로 할머니가 몸이 아파 생활비와 병원비로 써야하는 꼭 찾아야하는 돈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두차례나 찾아가도 소용이 없어 자녀들이 항의하니 "죽으면 소송하라"며 배째라식 태도로 일관했다.

사례3. 부산북구 덕천로에 사는 전 모(여)씨의 친정어머니는 65세의 고령이다. 우리은행을 찾아 적금 상담을 받는데 은행원이 여유자금이면 일반적금을 넣지 말고 KB투자증권 ELS 제162차 리차드형 상품을 추천해 3년 만기로 가입했다. 그런데 이 상품은 위험등급이 1등급에 달하는 펀드상품이었다. 펀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가입해 돈을 넣고 있다가 얼마전 해지하려하니 원금이 600만 원이나 손해가 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전 씨는 "친정어머니에게 위험도가 이렇게 높은 것이라고 충분히 설명했으면 싸인을 안했을 것"이라며 "펀드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고, 고령인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소외 계층 포용하겠다", "사회약자 보듬는 더 큰 은행이 되겠다" 등은 현재 은행들이 내거는 대표적 약속이다. 금융소외 계층의 중심에는 현재의 빠른 금융산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고령층이 있다. 이들은 모바일, 인터넷뱅크 등 비대면 채널에 익숙치 않아 지점에 가야만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현재 많은 은행의 지점들에서 정보가 부족한 노약자를 상대로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보험상품 등을 강매하거나 열악한 서비스를 지속하는 불합리한 금융관행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금융 민원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6년 금융민원 형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연령대 별 민원 비중이 높은 연령은 30대(251.3건)였으나, 40대(174.1건)·50대(137.6건)·60대(108.6건)으로 고연령층 비중이 적지 않았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위 사례들처럼 노약자들을 상대로 불합리한 행태를 취한 제보들이 심심찮게 접수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지난해 전체 예금의 21%를 차지한다. 통계청은 지난해 기준 고령인구 비중이 약 708명으로 전체 인구의 13.8%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1955년∼1963년생의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인구에 편입되기 시작하는 오는 2020년부터 고령인구 증가는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부터 금융관행 개혁의 하나로 고령층 금융소비자에 대한 은행의 서비스를 크게 강화했다. 모든 은행에서 고령자 전용상담 창구를 개설했고 전용 상담전화를 운영 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령층은 집에서 가까운 지점에 가서 은행 일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일부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며 "어르신 전용 전담 창구를 지점별로 별도 운영 중이며, 쉬운 용어를 쓰는 어르신 전용 전화 상담 서비스도 진행하는 등 고령층을 위한 서비스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은행지점에서 지속적으로 발생 중인 고령층을 향한 부당한 상품판매나 낮은 서비스의 질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는 사항이라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은행 본사차원에서는 고령층을 위한 혜택을 늘리려고 노력 중이지만 고령층을 직접 대면하는 각 지점들에서는  정보에 어두운 고령층이라는 점을 악용해 충분한 고지없이 상품을 파는 등 불협화음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막을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령층이 이해하기 쉽도록 투자설명서, 보험 청약설명서 등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고, 노후자금에 맞게 금융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표준투자권유준칙을 개정할 방침"이라며 "고령층을 상대로 부당상품을 판매한 금융사에게는 제재조치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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