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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금융관행②] 증권사 불법 일임·임의매매 '성행'...손해 나면 투자자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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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금융관행②] 증권사 불법 일임·임의매매 '성행'...손해 나면 투자자도 책임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8.07.04 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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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정비와 감독강화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윤추구를 우선시하는 금융사들의 조직문화와 경영철학에 변화가 없는 한, 규정의 사각지대에서 금융사들이 관행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시리즈로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사례1
미래에셋대우 서울 모 지점에서는 지난 2015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총 6명의 투자자로부터 투자일임업 또는 투자자가 매매일을 지정하지 않았음에도 투자판단을 포괄적으로 일임받아 총 84개 종목의 주식을 1796회에 걸쳐 167억5600만 원 규모로 매매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조치를 받았다.

#사례2 유안타증권 부산 모 지점에서는 지난 2015년 12월부터 2017년 7월까지 고객 A씨 등 5명으로부터 투자일임업 또는 투자자가 매매일을 지정하지 않았음에도 투자판단을 포괄적으로 일임받아 총 40개 종목의 주식을 9억8400만 원 가량 매매한 사실이 발견돼 제재처분을 받았다.

#사례3 유진투자증권 전 지점장 A씨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6년 9월 말까지 고객 8명으로부터 투자일임업 또는 투자자가 매매일을 지정하지 않았음에도 투자판단을 포괄적으로 일임받아 총 99개 종목의 주식을 2만8892회에 걸쳐 377억3000만 원 규모로 매매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금융투자회사가 투자자로부터 권한을 일부 위임받아 투자하는 '일임매매'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임매매는 투자일임업으로 하거나 투자자로부터 매매일과 범위, 수량 등을 지정받지 않으면 불법이다. 

그러나 불법 일임매매에 대해 투자자가 사실 확인을 소홀히했다는 이유로 투자자 책임 원칙을 일부 인정해 손해배상액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객동의 없이 증권사 직원이 매매하는 '임의매매'도 동일하게 투자자 책임 일부를 인정하는 판례도 찾아볼 수 있어 투자자 자기책임의 원칙을 과도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투자자 모르는 투자손실 책임 일부를 투자자에게? 형평성 고려돼야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거래일과 총 매매수량과 금액을 지정했다면 일임매매로 인한 투자 손실은 투자자가 책임져야 한다.

문제는 투자자가 허용한 범위를 넓어선 포괄적 투자일임으로 인한 손실 발생시 배상책임 여부다. 자본시장법상 투자일임행위 금지를 위반했기 때문에 증권사 또는 해당 직원이 배상해야하지만 투자자의 주의 의무를 근거로 책임 일부를 투자자에게 지우기 때문이다.

합법적 일임매매도 이익 실현을 위해 과도하게 회전매매를 실시해 투자 손실을 끼쳐도 유사한 판결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증권사 직원의 임의매매와 과도한 회전매매(과당매매) 행위가 쟁점이 된 분쟁조정 사건들에 대해 각 증권사가 투자자 손해의 80%를 배상하도록 결정·권고한 바 있다.

당시 시감위는 투자 일임을 받은 증권사 직원이 과당매매를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투자자가 해당 직원에게 평소에도 계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피해 발생 이후에도 일정 기간 계좌를 방치해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 손실 일부는 투자자가 감수해야한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투자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임의매매도 사후 투자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자자의 과실을 20~50% 정도 인정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불법 일임매매나 임의매매는 사안별로 투자자 과실 비중이 다르지만 증권사가 100%  배상하는 경우는 없다는 입장이다. 분쟁조정이 접수돼 실제 조정을 하다보면 불법일임매매가 아닌 케이스로 판명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불법 일임매매와 과당매매, 임의매매는 근절해야 할 대상은 분명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거래를 통해 투자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오히려 투자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 모순적인 상황도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이 고려돼야한다는 입장이다.

불법 일임매매나 임의매매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이의제기 없이 내버려두거나 증권사 직원의 설득에 추후 주가 상승 가능성만 바라보고 기다렸다가는 '사후 추인'이 인정돼 불법 일임매매 및 임의매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을 염두해야한다는 것.

다만 성과 위주의 연봉 체계가 책정되는 영업점 특성상 과도한 실적 주의가 이러한 불법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다수가 동의하고 있어 업계에서도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입장이 다르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일임매매는 근절돼야 하는 문제"라고 전제를 밝혔지만 "투자자 동의없는 일임매매를 하더라도 투자수익이 발생하면 오히려 고객이 쉬쉬하는 경우도 있어 무조건 증권사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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