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법 어디로가나②] 행정기관 간 '위해제품 정보' 신속한 공유 가능할까
상태바
[소비자법 어디로가나②] 행정기관 간 '위해제품 정보' 신속한 공유 가능할까
  • 한태임 기자 tae@csnews.co.kr
  • 승인 2018.12.03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보호의 토대가 되어야 할 소비자기본법도 해마다 개정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12월 3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소비자기본법 개정안 가운데 주요 사항에 대해 기대효과와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18년에도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는 '위해 제품' 문제가 떠들썩했다.

스프레이형 세정제에서 사용이 금지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되는가 하면, 일회용 면봉에서 일반세균·형광증백제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서울시 동작구에 사는 정 모(여)씨는 뉴스를 보다가 스프레이형 세정제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MIT)이 검출됐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정 씨는 "평소 사용하던 제품에 그런 성분이 들어있다고 해 깜짝 놀랐다. 다행히 곧장 리콜 조치가 되긴 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사안이 최대한 신속하게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mit.jpg
▲ 한국소비자원은 멜라루카 인터내셔날코리아㈜의 스프레이형 세정제에 유해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위해정보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되어 조사를 실시했다. (사진=한국소비자원)

눈에 띄는 것은 이런 문제가 모두 '소비자 제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안전센터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소비자 제보를 바탕으로 위해 제품에 대한 조사를 실시, 공표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본법의 일부 조항 때문에 위해정보 수집에 불편을 겪는 문제가 있다고. 국민 안전을 위해서는 위해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해야 하는데, 현행 소비자기본법에 '위해정보 누설 금지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물품 등의 위해성이 판명돼 '공표'되기 전까지 위해정보에 대한 누설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안전센터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타 행정기관에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해제품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이 현재 발의된 상황이다.

◆ 행정기관 간 신속한 정보공유를 가로막는 정보누설 금지 조항 

현행 소비자기본법 제52조에서는 위해정보를 수집·처리하는 자는 물품 등의 위해성이 판명돼 공표되기 전까지 사업자명, 상품명, 피해정도, 사건경위에 관한 사항을 누설해서는 안 되도록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규정이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해 제품'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개정작업이 추진됐다.

2017년 3월 17일 박인숙 의원 등 11인은 '소비자기본법' 제52조에 예외조항을 부여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요지는 위해정보 누설 금지 원칙에 '예외 조항'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소비자안전센터가 타 행정기관에 위해정보를 보고하는 경우는 비밀 누설로 보지않음으로써, 위해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다만 제20대 국회(2016년-2020년)에서 계류중인 법안은 회기가 끝나는 2020년 5월 29일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되기 때문에 통과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ye2.jpg

계류중인 법안이 통과되면 행정기관 간 위해정보 공유가 '명문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안전센터 관계자는 "현재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사업자 정보를 행정기관에 제공하고 있었으나,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 안전'이라는 대의를 명문화하여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민 안전이라는 '공익'을 목적으로 한 긴급한 사안이라면 행정기관 간 위해정보 공유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 예상치 못한 사업자 피해 우려... '긴급한 경우' 명확한 정의 필요 

그러나 법안 통과로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국민 안전'이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업자에게 예상치 못한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 '비밀누설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위해물품으로 잘못 알려지는 경우 해당 사업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영업손실 등)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동일한 문제를 지적했다. 비밀누설 금지의 예외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사업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정안의 내용을 수용하되 '소비자 피해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해 긴급한 경우 등'으로 요건을 추가하여 규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와 비슷했다.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인 서희석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연 '긴급한 경우'가 어떤 것이냐에 대한 요건을 명확히 설정해야 사업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미비한 부분이 있지만 법안 발의 자체로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서 교수는 "소비자 안전의 문제가 단순히 소비자원, 공정거래위원회만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의 각 정부기관에서도 소비자 안전 문제를 다양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위해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소비자 안전 측면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한태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