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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법 어디로가나①] 불량 공산품 교환·환불 법제화 '기대 반, 걱정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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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법 어디로가나①] 불량 공산품 교환·환불 법제화 '기대 반, 걱정 반'
  • 한태임 기자 tae@csnews.co.kr
  • 승인 2018.12.0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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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허점을 드러내고 있어 소비자기본법에대한 개정논의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12월 3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소비자기본법 개정안 가운데 주요 쟁점에 대해 기대효과와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18년은 BMW 차량 화재 사고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던 해였다.

새로 구입한 차량에 문제가 발생하자 BMW 사고를 떠올린 소비자들이 업체에 교환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하는 사례도 빗발쳤다.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임에도 현장에서는 이를 위한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울산 중구에 사는 문 모(여)씨도 국내 유명 브랜드의 자동차를 새로 구입했다가 제품 불량으로 곤혹을 치렀다. 구입 일주일 만에 갑자기 운전 중에 차가 갑자기 멈추고 시동이 꺼졌던 것이다. 그 이후로도 동일한 문제가 다섯 번이나 발생했다고.

문 씨가 업체에 연락해서 확인을 맡겼지만 업체는 하자의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겠다며 새 차로 교환을 거부했다. 문 씨는 "안전을 위협하는 결함이 5번이나 발생했는데 본사는 하자가 아니라며 교환을 거부하고 있어 황당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공산품 구입 후 '하자'를 발견한 소비자들이 교환·환불을 받지 못해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공산품에 대한 교환·환불 규정이 이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고시돼있음에도 불구하고 업체가 일방적으로 이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등의 고가 제품의 경우에 제품 하자가 있어도 업체가 교환·환불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BMW 차량 화재 사고로 '제품 하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져가던 시점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환·환불규정에 강제력을 부여한 소비자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돼 현재 논의 단계에 있다.

개정안의 요지는 공산품의 교환·환불 규정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소비자기본법'으로 상향하자는 것이다. 권고 수준에 머물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나아가 소비자기본법에 교환·환불의 '법적 근거'를 명시함으로써 소비자 권익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제20대 국회(2016년-2020년)에서 계류중인 법안은 회기가 끝나는 2020년 5월 29일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통과가 이뤄질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 하자있는 공산품 교환·환불 지체없도록... '법적 근거' 마련하자는 목소리 

현재 공산품의 교환·환불은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품목별 교환 및 환불 기준을 따르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가전이나 생활용품 같은 공산품은 구입 후 1개월 이내에 발생한 주요 하자는 무상수리나 교환이 가능하고, 품질보증기간 내 동일하자에 대해 2회까지 수리하였으나 재발한 경우에는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하다.

자동차는 차량인도일로부터 1개월 이내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2회 발생하거나 차량인도일로부터 12개월 이내 동일하자에 대해 3회까지 수리하였으나 재발하였을 경우 교환 및 환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동차 등 일부 공산품의 경우 교환·환불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일반 공산품보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데다 하자의 입증 난이도도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자체가 강제력이 없다보니 업체에게 교환·환불을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환·환불 여부는 결국 업체의 결정에 따르게 되는 문제가 많았다.

대전 서구에 사는 김 모(남)씨도 국내 유명 브랜드 세탁기를 구입했다가 제품 불량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다. 270만 원짜리 고가의 세탁기를 샀는데 구입 한 달만에 배관 쪽이 아닌 문틈 쪽에서 물이 흐르는 증상을 보였다고. 김 씨가 제품 불량이니 새 제품으로 교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업체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이 때문에 2018년 8월 9일 김성원 의원 등 10인이 '소비자기본법' 제19조의2를 신설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관련 입법 조사관은 "BMW 사태 당시 발의된 법안이다보니 자동차를 예시로 들었으나 이는 공산품 전반에 적용되는 소비자법으로서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검토 중"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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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류중인 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강력한 장치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분쟁해결을 위한 합의 또는 권고 기준이다보니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가 피해를 호소해도 사업자가 권고 기준을 무시해버리면 더이상 강제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반면 소비자기본법은 '법적 강제성'이 있다보니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야할 길도 멀다.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안 내용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 "소비자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 그러나 아직 한계점이 많아"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아쉽다는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법 체계상 개별 품목에 대한 교환·환불 기준은 소비자기본법보다 개별법에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공산품에 대해서만 교환·환불 규정을 두면 타 품목들과의 형평성 저해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15일'이라는 법적 강제력 있는 품질보증기간을 설정한 데 대해서도 의견을 냈다. 개별 공산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15일 이내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즉 품목별 기준설정에 대한 세부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병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소비자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공산품 각각의 특성에 따라 교환·환불보다 수리가 나을 수도 있고 15일 이내라는 규정이 아예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에 대한 고민 없이 일률적으로 규정을 적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막연한 규정보다는 개별 제품별로 교환·환불에 대한 규정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의 반발도 법안 통과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공산품 가운데 교환·환불이 적합하지 않은 사업자의 경우에는 즉각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법안 자체에 '공산품'의 정의가 모호하게 돼있기 때문에 모든 사업자가 반발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도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러 부분 중 문제가 있는 한 부분만 교체해도 될 텐데, 제품 전체 교환을 요구하게 되면 기업차원에서는 경영상의 어려움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자원 낭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블랙컨슈머들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수의 소비자가 고의로 문제를 일으켜 교체, 무상수리를 요구할 수 있다보니 다수의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시작 단계에 있다보니 법안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교환·환불의 '법적 근거'를 마련키 위해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한 걸음 나아갔다는 평이다. 계류 중인 법안이 갖가지 한계점을 보완하고 실제 통과되어 소비자 보호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한태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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