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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관객 앞에 선 '여배우' 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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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관객 앞에 선 '여배우' 문희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10.2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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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저녁 서울 중앙시네마. 올 봄 뇌경색으로 쓰러져 영화인과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한국 영화계의 거장 유현목 감독이 관객 앞에 섰다. 보조기구에 몸을 의존한 채였지만 휠체어에 앉지 않고 두 발로 서 있어 예전보다는 한결 건강해진 모습이다.

   그 옆에는 아름다운 외모로 196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다 1971년 고 장강재 전 한국일보 회장과의 결혼으로 더 큰 화제를 뿌린 당대의 여배우 문희가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섰다.

   또 현재까지 활발한 연기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출연으로 젊은 팬들로부터 '야동순재'라는 애칭까지 얻은 이순재도 함께 했다.

   이 자리는 제1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한국영화 추억전 #7' 부문의 초청작인 유 감독의 1967년작 '막차로 온 손님들'이 상영된 뒤 감독과 배우가 관객에게 직접 영화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 위해 마련됐다.

   100여 명에 달하는 관객 가운데 대부분이 중ㆍ노년층이었지만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녀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또 유 감독과 가까운 김호선ㆍ정인엽 감독도 관객석에 앉아 이들을 지켜봤다.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유 감독은 "이 영화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라 재미가 덜하다"며 "영화에서 인물 클로즈업부터 전신을 다 보여주는 활동적인 모습까지 다 있는데 두 배우가 내면적인 연기를 참 잘 해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또 "아무래도 옛날 영화라 배우들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며 건강 문제를 의식한 듯 담배에 대한 언급을 여러 차례 했고, 이순재도 "그때는 배우뿐 아니라 다른 분야 예술가들이 모두 담배를 많이 피웠다"고 말했다.

   문희는 "연기를 너무 못했다는 생각에 내가 출연한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그동안 이런 자리에 나온 적이 없다"며 "감독님과 이순재 씨가 함께 해주신다기에 용기를 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희는 또 "요새는 영화 제작 환경이 발전했지만 당시에는 의상과 분장 모두 배우가 스스로 해야 했다"며 "나도 여자라 지금처럼 전문가들이 해준다면 '나도 더 예쁘게 나올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관객석에 앉은 중년여성들이 "지금도 변함 없이 예쁘다"고 외치자 문희는 얼굴을 붉히고 입을 가리며 수줍게 웃었다.

   유 감독은 "당시에는 필름을 아껴 써야 했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하면 제작 환경이 좋지 못했다"며 "적은 제작비와 출연료에도 스태프와 배우 모두 자신을 희생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순재도 "감독님도 다시 찍고 싶은 장면이 있었을 테지만 배우가 NG를 낼 수도 없을 정도로 필름을 아껴야 했다"며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당시에는 돈 벌려고 영화를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을 정도로 영화인들의 작가 정신만은 투철했다"고 거들었다.

   그는 "이 영화를 다시 보니 관념적인 영화인데 감독님의 연출 의도를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지금 다시 한번 이 영화를 찍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하며 유 감독의 손을 꼭 잡았다.

   30여 분 동안 후배 영화인들에게 조언이 될 만한 과거의 영화 정신을 추억하는 이들에게 관객은 아낌없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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