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김광환 고려대 아이스하키부 총감독이 선수들을 위협하고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했다'는 진정서가 6일 접수됐다.
지난해 9월 고려대 아이스하키부가 실업팀 안양 한라와 연습경기에서 지고 난 뒤 감독이 합숙소 근처 공터에서 땅바닥에 과자를 뿌려놓고 선수들에게 뒷짐을 지고 무릎을 꿇고 입으로 먹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한 명씩 소주를 마시고 과자를 입으로 먹으면서 '너희는 사람이 아니라 개다'라는 욕설을 들어야 했다.
감독은 또한 작년 12월 러시아 전지훈련에서도 선수 몇 명을 술집으로 불러낸 뒤 술이 취한 상태에서 벽에다 머리를 박으라 시키고 선수들이 즉시 따르지 않자 유리잔을 이로 깨물어 씹으면서 "나 무서운 사람이니 똑바로 안 하면 혼낸다"는 등 위협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고려대를 졸업했거나 재학중인 선수들은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고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일부 선수들의 경우 러시아 체류기간 1주 동안 거의 매일 감독 방으로 불려가 '강해져야 한다'면서 속옷만 입은 상태에서 영하 20도 안팎의 혹한에 베란다로 여러 차례 내몰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원을 밝히기 꺼린 한 선수는 "한국에 돌아왔을 때 운동을 당장 그만두고 싶었다. 나 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랬다. 하지만 졸업은 해야 한다고 부모님이 만류해 계속 뛰긴 했는데 결국 4학년 1명은 감독과 갈등하다 1학기에 그만뒀다. 2학년들은 올 여름 팀을 잠시 이탈했다가 선배들이 만류해 복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선수는 또 "올해 8월 체코 전지훈련에서 감독과 코치한테 회초리와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많이 맞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회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 대표로 진정서를 낸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당한 일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그뿐 아니라 김광환 총감독은 심판 배정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코리아리그를 파행시켰고 올해 연세대와 정기전에서도 4심제를 주장하면서 경기를 무산시키는 등 선수들이 경기에 못 나가고 대표팀 발탁도 안 되는 피해를 입고 있어 결국 참다가 진정서를 냈다"고 밝혔다.
학부모 4명은 이날 목동링크에서 고려대와 한양대의 종합선수권대회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재차 주장했다.
김광환 총감독은 "과자를 먹인 일은 있었지만 강제로 시킨 일은 아니었다. 내가 유리잔을 깨물었다니 미친 사람인가. 학부모들 가운데 진정서를 낸 사람 한 명만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려고 준비중이다"고 주장했다.
김 총감독은 지난 해 7월부터 고려대 아이스하키부를 맡았지만 학교 내 정식 직함은 코디네이터다. 작년 코리아리그를 파행시켰다는 이유로 아이스하키협회로부터 징계를 받아 12월21일까지 1년 자격정지 상태다.
그는 지난 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 차례에 거쳐 입학 청탁을 받고 학부모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월 불구속기소됐다.
체육회 자정운동본부 관계자는 "우리가 직접 조치하기는 힘들고 학교 측에 통보했으니 자체 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체육위원회 관계자는 "감사팀이 6일 김 감독을 면담했고 계속 사실관계를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기형 체육위원장은 "말도 아닌 얘기다. 사실이 아니다"면서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진상을 파악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을 회피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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