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놓고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지만 밑바닥에서는 "민주당에 당을 그대로 내주겠다는 것이냐", "너무 지나치게 양보하는 것 아니냐", "밀실에서 합당협상을 하느냐"는 격한 불만들이 감지되고 있다.
협상을 진두지휘한 정동영 후보측 의원들은 대체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친노(親盧)진영 의원들과 경선 당시 손학규 전경기지사를 지지했던 의원들, 중립지대에 위치한 386 초.재선 의원들,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들이 반발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친노진영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현시점에서 공개적으로 반대하면 '누워 침뱉기'가 된다는 고민도 엿보이지만 지역구도 극복을 내세워 창당했던 열린우리당이 4년만에 고스란히 '도로 민주당'이 된 것 아니냐는 강한 불만을 내놓고 있다.
이화영 의원은 "황당하다"며 "제왕적 총재하에서 정당 민주주의 퇴행을 막기 위해 우리가 몇년간 노력해왔는데 대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것은 명분이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한국 정당정치의 최대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 지도부에 대해 "전대도 치르지 않고 구성된, 한국 정당 역사상 전무후무한 임의 지도부"라고 비판했고 당 중진들을 향해서도 "이런 비민주적 상황에 대해 좋은 게 좋은 거니 조용히 있으라고만 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친노진영의 좌장 격인 이해찬 전 총리측에서도 강한 불만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 전총리의 한 측근은 "우리와는 얘기된 게 없이 이렇게 (합당선언이) 됐다"며 "이건 대선 승리를 위한 합당도 아니다. 이제 영남에선 선거운동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비판하고 "영남쪽 인사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13일 오전 친노 의원들과 긴급 회동을 갖고 양당간 통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손학규 전지사를 지지했던 의원들도 반발세를 보이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너무 지나친 양보 아닌가 하는 흐름이 있다"며 "대선과 관련된 연합과 통합은 문제가 없지만 대선후보에게 총선까지 위임한 것인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또 총선을 민주당 박상천 대표의 얼굴로 치르겠다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중립성향의 386 의원들 사이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임종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총선용이라는 소리를 딱 듣기 좋다"며 "민주당 박상천 대표에게 당을 그냥 내주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전당대회를 내년 6월로 미루고 의사결정 기구를 동수로 구성한다는 합의내용은 결국 모든 것을 박상천 대표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건 말이 안된다"고 흥분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식으로 통합되면 대선에도 도움이 안되고 대선이 끝나도 당에 분란이 생긴다"며 "최고위원회에서 이를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원내 핵심당직을 맡은 한 의원도 "다 지분싸움 아니냐"며 "순리대로 해야지. 그렇게 억지로 하면 되느냐"고 날을 세웠다.
김상희, 양길승 최고위원과 김호진 상임고문 등 시민사회 출신 중앙위원 29명도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재 진행되는 민주당과의 통합논의는 최고위원회에서 심도있게 검토되거나 중앙위에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창조한국당과 민주노동당을 배제할 수밖에 없는 제한적 통합이므로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 중앙위원은 이날 저녁 회동을 갖고 현재의 조건으로는 민주당과의 합당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필요할 경우 중앙위원회도 소집할 것"이라며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당을 같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중 일부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쪽으로 이탈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후보 캠프 일각에서도 불만의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일부 측근의원들은 "솔직히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다", "할말이 없다", "한마디로 자존심이 상한다.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정 후보측은 이번 합의를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라고 평가하며 최고위원회 등을 통해 합당협상 과정을 상세하고 투명하게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는 방침이다.
정 후보측의 한 측근은 "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비록 협상과정에서 소외돼있다고 하더라도 큰 틀에서 이해와 협조를 해야 한다"며 "후보가 오늘 아침에 고문단 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내적인 설득작업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신당 지도부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정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갖고 민주당과의 통합문제에 대한 내부의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어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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