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은 안재현 대표 체제에서 2년 연속 상반기 영업이익 200억 원을 넘겼다. 1999년 실적 보고서 공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보령제약은 고혈압 신약 ‘카나브’ 성장 효과에 힘입어 실적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령제약은 올해 상반기 매출 2687억 원, 영업이익 23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9.2%, 영업이익은 11% 증가했다.
유한양행(대표 이정희)과 한미약품(대표 우종수·권세창), GC녹십자(대표 허은철) 등 대형 제약사의 상반기 매출이 감소하거나 5% 이내로 늘어난 것에 비해 성장세가 가파르다.
보령제약이 상반기에 2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영업이익도 사상 최대다.

상반기 실적은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를 비롯해, 제2형 당뇨병치료제 ‘트루니시티’ 등 만성질환 치료 전문의약품이 성장한 덕이다.
지난해 1급 발암물질 검출로 위장약 라니티딘이 판매 중지되면서 라푸티딘 성분의 ‘스토가’ 판매가 늘어난 것도 실적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안 대표는 2018년 12월 오너 일가인 김은선 대표의 뒤를 이어 CEO로 선임됐는데, 재임 기간 견고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변화하는 제약환경 속에서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 안 대표 재임 기간 보령제약은 수익성이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년 영업이익률은 7.5%로 전년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영업이익도 390억 원으로 56.5%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004년(9.2%)에 이어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올 상반기도 8.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10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카나브는 올해 10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매년 200억 원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안 대표의 경영효율화 전략에 대한 질의에는 말을 아꼈다.

주요 제품들의 성장세에 힘입어 보령제약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5000억 원 이상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 업계에서 연매출 5000억 원은 대형 제약사 도약 기준점으로 의미 있게 평가된다.
이베스트증권 최석원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슈에도 보령제약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흔들림 없고, 하반기에는 예산 공장 가동률이 정상화되면서 실적이 더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령제약은 충남 예산에 1600억 원을 들여 생산단지를 준공했고, 지난해 4월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카나브와 차세대 먹거리인 면역항암제를 생산한다.
에프앤가이드, 이베스트증권 등 증권가에서 전망하고 있는 보령제약의 올해 매출은 약 57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9%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코로나 관련해서는 백신 개발보다 치료제 후보물질 연구를 하고 있다”며 “현재 임상을 준비 중으로 후보물질이 매출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변수가 많아 얼마나 걸릴지 예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보령제약은 김은선 회장을 포함해 총 4명의 사내이사가 등재돼 있다. 김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다.
안 대표는 1987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경영지원실장을 지냈고 2012년 보령제약 입사, 이듬해인 2013년 임원 명단에 전무로 이름을 올렸다. 2018년 보령홀딩스 대표를 겸직했으나 김 회장 장남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가 CEO에 선임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 오너가 지주사 대표로 큰 그림을 그리고, 안 대표가 캐시카우인 보령제약 경영을 맡아 보좌하는 형국이다.
보령제약 연구·생산부문을 책임지는 이삼수 대표는 LG생명과학, 한미약품, 셀트리온을 거쳐 2019년 3월 CEO에 선임됐다. 장두현 전무는 CJ그룹에서 재무를 총괄한 경력이 있는 인사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