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방송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최근 출연한 방송에서 각종 의혹과 관련된 곤혹스런 질문이 줄을 이어 이 후보가 당황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고 약한 기관지 때문에 방송 일정을 연기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캠프 내에서는 “1위 후보에 대한 방송의 길들이기가 지나치다”며 ‘방송 징크스’가 생겨날 지경이라고 불만을 토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 후보의 방송 출연 상황을 보면 한 방송사에서는 검찰 조사 발표 전이라는 상황을 감안, BBK에 관한 문제를 다루지 않기로 사전조율하고도 20여분간 BBK를 맹공하는가 하면, 또다른 방송은 직접 출연 없이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라디오 녹화를 직접 스튜디오에 나오도록 하는 등 난감한 상황이 연일 연출되고 있다.
지난 26일 A방송사 토론회에는 당초 BBK 의혹에 대해서는 묻지 않기로 약속하고 출연했으나, 토론회 후반 20여분 동안 BBK사건과 관련한 패널들의 질문이 쏟아져 이 후보는 매우 곤혼스런 상황을 맞았다. 이 토론회는 당초 22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천성적으로 기관지가 약한 이 후보가 감기까지 겹쳐 출연을 연기한 것이었다.
캠프 관계자는 “몇몇 라디오 방송사에서는 전화연결이 가능한 녹화 토론임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을 불렀다는 이유로 굳이 스튜디오에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대선을 며칠 남기지도 않았는데 안 갈 수는 없고 안 가면 오만하다고 보일 수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다음달 1일과 2일 KBSㆍMBC 합동토론회와 6일, 11일, 16일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세 차례 토론회 등 본격 TV토론회 참석을 앞두고 목 관리 등 토론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이 후보는 29일 녹화된 불교방송 토론회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받은 질문에 “종부세ㆍ양도세 등 뭘 줄일 수 있을지 내년 하반기에 종합대책을 내놓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세금을 어떻게 줄일지 미리 얘기하면 다음 후보들이 그것을 참고해서 한발 더 앞서나가는 내용으로 발표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날도 스튜디오 내 향 연기 때문에 자주 기침을 해서 캠프 관계자들을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김대연ㆍ최재원 기자(jwcho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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