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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운임지수 역대 최고치에 글로벌 선사 발주경쟁, 한진해운 고사시킨 치킨게임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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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운임지수 역대 최고치에 글로벌 선사 발주경쟁, 한진해운 고사시킨 치킨게임 데자뷰?
  • 김승직 기자 csksj0101@csnews.co.kr
  • 승인 2021.06.0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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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가 역대급 호황을 맞으며 국내 해운사들이  규모를 키우기 위한 자금조달에 나섰다. 다만 해외 해운사들은 이미 공격적인 발주를 이어가고 있어 2010년 당시 ‘치킨게임’이 재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해운협회의 해상운임지수에 따르면 상하이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 4일 전주 대비 117.31포인트 오른 3613.07을 기록했다.

미국·중국 등의 경기부양책에 수에즈운하 사고  여파가 더해져 컨테이너선 운임이 강세기 때문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9년 이래 최고치로 전년동기 925.5포인트와 비교하면 1년 사이 4배가량 증가한 숫자다.

이에 따라 SM상선(대표 박기훈·정광열), 에이치라인해운(대표 서명득) 등 국내 해운 비상장사들의 기업공개(IPO)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해운 운임이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올해가 상장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SM상선은 6~7월 안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9월 안에 IPO를 성사시킨다는 목표다. 벌크선사인 에이치라인해운도 최근 연내 IPO 추진 의사를 밝혔다.

국내 해운업체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선박 발주량, 노선 등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실제 SM상선은 IPO를 발판으로 ▲노선 확장 ▲중고선 매입 ▲신조선 발주 검토 ▲디지털 물류 시스템 구축 등 성장 전략을 세웠다.

국적선사인 HMM(대표 배재훈)은 2025년까지 선복량을 112만TEU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정부와 해양수산부는 HMM에 대한 1만3000TEU급 12척 규모 신조 지원을 논의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 해운업체가 규모를 키우는 것에 집중하는 이유는 2010년 해외 해운업체가 걸어온 ‘치킨게임’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해운산업은 보유 선박 수가 경쟁력으로 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인 선복량 우위가 절대적인 구조다.
 

앞서 해운업계 1·2위인 머스크과 MSC는 2M 얼라이언스를 맺고 2010년부터 치킨게임을 주도해왔다. 막대한 선복량과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저가운임 공세로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계속되는 저가운임 구조로 국적선사였던 한진해운은 2016년 파산했고 각국 선사들 역시 연맹을 구축하는 등 구조조정·합병이 잇따랐다. 이후 ▲머스크, MSC의 '2M' ▲CMA CGM, 코스코시핑, 에버그린라인의 '오션' ▲하파그로이드, ONE, HMM, 양밍해운의 'THE' 등 3강 얼라이언스 체제로 전선이 구축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해상운임이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해외 선사들에 의한 치킨게임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해외 주요 선사들은 실제 이미 공격적인 발주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글로벌 톱10 선사의 컨테이너선 발주 잔량은 지난 8일 기준 300만TEU 규모다. 선박 수로는 236척에 달한다. 수주량은 MSC가 72만4000TEU로 가장 많았으며 에버그린과 CMA CGM의 발주량도 각각 67만8000TEU, 53만1000TEU에 달한다. HMM의 선박 발주 잔량은 3만2000TEU로 글로벌 톱10 중 가장 적다.

HMM 선복량이 81만TEU인 것으로 고려하면 선박이 인도되는 2~3년 뒤 상위 업체와의 격차가 6배 이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복량 기준 글로벌 주요 컨테이너 선사 순위는 ▲1위 머스크(413만TEU) ▲2위 MSC(402만TEU) ▲3위 코스트코(303만TEU) ▲4위 CMA CGM(300만TEU) ▲5위 하파그로이드(178만TEU) ▲6위 ONE(158만TEU) ▲7위 에버그린(135만TEU) ▲8위 HMM(81만TEU) 순이다.

국내 해운업계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면 호황을 맞은 현 상황에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글로벌 선사와 경쟁할 수 있는 선사는 HMM이 뿐인데 이마저도 200만TEU까지 선복량을 확충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여건상 200만TEU의 선복량을 확보해야 글로벌 선사와의 경쟁이 가능하다”며 “추가 발주가 이뤄져도 HMM은 해외 선사를 이른 시일 안에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부터 산업은행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 있는 HMM이 당장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섣불리 투자를 늘릴 경우 향후 치킨게임이 본격화할 때 가격 인하 경쟁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도 딜레마다.

이와 관련해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업체들의 공격적인 선박 발주 움직임을 보면 2~3년 후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운임 상승으로 업계가 호황인 지금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투자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친환경 선박으로의 교체도 투자 부담을 늘리는 요소라는 지적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승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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