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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골계도 아닌데 치킨 뼈가 왜 시커멀까?...품질 놓고 소비자들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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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골계도 아닌데 치킨 뼈가 왜 시커멀까?...품질 놓고 소비자들 설왕설래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2.01.04 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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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의 검은 뼈를 발견한 이 씨는 업체서 오래된 닭을 쓴다고 의심했다
◆ 치킨 뼈 검고 속살도 누런 빛인데 정상? =경기도 오산시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달 25일 A브랜드 치킨 매장에 들러 부분육 제품을 테이크아웃해 집에서 먹던 중 거무튀튀한 뼈를 발견하고 식사를 중단했다. 자세히 보니 뼈 색깔뿐 아니라 치킨 속살도 누런 빛을 띄고 있었다고. 이 씨는 "본사에 전화를 걸어 오래된 닭을 쓰는 게 아니냐고 항의했으나 부분육은 냉동 보관 후 조리되므로 뼈가 검을 수 있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정확한 원인 규명을 요청했다.
 
◆ "오골계도 아닌데 뼈가 온통 까매요" =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해 10월 배달앱으로 주문한 B브랜드 치킨 상자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치킨 뼈가 검정색을 띄고 있었던 것. 매장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자 매장 측은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이 씨는 "정상적인 닭을 도계해 원육으로 사용했다면 속뼈가 밝은 색으로 나와야 정상이다. 오골계도 아닌데 뼈가 왜 검은색을 띄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 "뼈가 까맣다면 상한 치킨 아닌가요?" = 전라북도 익산시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해 6월 테이크아웃한 C브랜드 치킨을 한입 베어물고 식사를 바로 중단했다. 시큼하고 비린 냄새와 질긴 육질에 더해 까만 뼈를 발견하면서 상한 치킨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매장 측은 상한 치킨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본사에도 항의했으나 죄송하다는 답변만 반복해 돌아왔다. 박 씨는 "너무나도 새카맣던 뼈와 익지도 않은 육질, 시큼함과 비린내가 아직까지도 느껴지는 듯 하다"며 분개했다.
 
◆ "시커멓고 붉은 뼈 보고 속이 메슥해져" = 경상북도 구미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해 4월 전화 배달로 주문한 D브랜드 치킨을 먹던 중 시커멓고 불그스름한 뼈를 발견하고 역한 마음에 식사를 중단했다. 누린내와 비린내가 나다 보니 핑킹 현상(Pinking Phenomenon)으로 볼 수 없었다고. 매장 측에 전화를 걸어 제품 회수와 함께 환불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김 씨는 "웬만하면 그냥 먹는데 닭뼈 상태가 지나치게 검고 누린내와 비린내가 났다. 업체 측은 핑킹현상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환불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치킨을 먹던 중 거무죽죽한 뼈를 발견한 소비자들이 저급한 품질의 닭을 쓰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BBQ와 BHC, 교촌치킨, 처갓집양념치킨, 페리카나, 네네치킨, 굽네치킨, 멕시카나, 호식이두마리치킨, 또래오래 등 수많은 치킨 브랜드에서 검은 뼈를 발견했다는 불만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정상적인 닭이라면 검은 뼈가 나올 수 없다는 게 소비자들의 주장과 달리 치킨업계는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뼈가 검은 색을 띄는 것은 흑변현상(Bone Darkening)으로 뼈 주변과 근육 조직이 조리 후에 검붉은 색이나 흑색이 되는 현상일 뿐 품질과는 상관없다는 설명이다.

검은 뼈는 닭뼈 속에 있는 피가 IQF(Individual Quick Frozen, 개별 급속 냉동) 또는 골절로 인해 뼈 밖으로 나와 뼈를 착색시키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안심하고 먹어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즉 검은 뼈는 냉동육을 사용했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IQF로 인해 닭뼈 조직 구멍이 커지면서 적혈구가 파괴되는데 이때 헤모글로빈이 뼈 밖으로 나오면서 뼈를 착색시킨다. 닭뼈가 골절될 경우도 착색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착색은 시간이 지나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짧은 보관을 거치고 바로 조리에 들어가는 냉장신선육에 비해 보관 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냉동육에서 흑변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게 된다. 

A브랜드 측은 "IQF와 골절로 인한 뼈 착색으로 뼈가 검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유통 과정에서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품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누런 속살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피부 색, 체성분 비중 등이 다른 것처럼 닭들도 닭마다 육질, 지방, 살색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파로 닭들의 증체가 좋지 못해 육계 생산성이 하락하는 데다 조류 인플루엔자(AI) 발발로 닭 폐사가 발생하면서 닭 수급이 불안정해지는 지금같은 시기에 수요 물량을 맞추기 위해 냉동육을 공급하면서 흑변현상으로 인한 검은 뼈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냉동육과 냉장육은 품질 차이가 없다. 비용 측면으로 보면 오히려 냉동육이 냉동·물류비로 공급가가 더 비싸다. 검은 뼈는 닭이 본래 가지고 있는 자연 색소에 의한 것이며 보관·조리상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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