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드링크 5만원, 대전 약국만?...엿장수 맘대로 가격, 2~3배 덤터기는 예삿일
상태바
드링크 5만원, 대전 약국만?...엿장수 맘대로 가격, 2~3배 덤터기는 예삿일
경쟁통해 가격 낮추자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 취지 무색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2.01.06 0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사는 조 모(여)씨는 지난해 11월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A약국에 들러 임신테스트기를 사고자 했다. 약사가 내민 제품은 보통 다른 약국에서 3000원대 가격에 판매되는 원포 임신테스트기였는데, 조 씨가 결제한 금액은 1만2000원으로 무려 3배에 달했다. 조 씨는 "결제금액을 확인하고 지나치게 비싼 게 아니냐며 즉각 항의했으나 약사는 문제없다는 태도만 고수했다. 아무리 휴게소 약국이라지만 3000원가량의 제품 가격을 세 배나 부풀려 파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 씨는 A약국이 3000원대 가격으로 판매되는 원포 임신테스트기를 1만2000원에 판매하고도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분개했다
▲조 씨는 A약국이 3000원대 가격으로 판매되는 원포 임신테스트기를 1만2000원에 판매하고도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분개했다
#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윤 모(남)씨는 지난해 8월 구리시 소재 B약국에 들러 유한양행 영양제 삐콤씨파워정(120정)을 사고자 했다. 약사가 내민 제품에 붙어 있는 가격표시 스티커에는 3만 원이라 적혀 있었는데, 윤 씨가 실제 결제한 금액은 4만 원으로 1만 원이 더 비쌌다. 카드 결제내역을 뒤늦게 확인하고 B약국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약국 측은 '스티커를 잘못 붙인 것 같다'는 해명과 함께 '제품 개봉 후에는 환불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윤 씨는 "인터넷에 가격을 검색해보니 일선 약국에서 3만 원 이하 선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결제 전에 가격을 얘기해줬다면 B약국에서 구매를 안 했을 것"이라며 분개했다.
 
▲윤 씨는 일선 약국에서 3만 원에 판매되는 유한양행 삐콤씨파워정을 4만 원에 구매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통을 터트렸다
▲윤 씨는 일선 약국에서 3만 원에 판매되는 유한양행 삐콤씨파워정을 4만 원에 구매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통을 터트렸다
# 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정 모(남)씨는 2년여 전 서대문구 소재 C약국에서 한국신약 스토반 10포와 동국제약 마데카솔 케어 연고(6g)를 구매했다. 스토반과 마데카솔은 정 씨가 자주 찾는 일반의약품이다. 스토반은 1포 500원에, 마데카솔은 3000원가량에 구매해왔다고. 총 8000~9000원어치를 샀다고 생각했으나 카드내역을 뒤늦게 확인해 보니 실제 결제금액은 두 배가 넘는 2만 원이었다. C약국 측은 "스토반은 1포 1500원에, 마데카솔은 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씨는 "스토반을 다른 약국보다 3배나 비싸게 판매하는게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정 씨는 일선 약국에서 500원에 판매하는 한국신약 스토반을 1500원에 구매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분개했다
▲정 씨는 일선 약국에서 500원에 판매하는 한국신약 스토반을 1500원에 구매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분개했다
일반의약품과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 약국에서 책정하는 제품 판매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깊어지고 있다. 똑같은 제품이라도 약국별·지역별로 서너 배까지 가격 차가 벌어지는 등 판매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마진에 대한 규정이 없어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는 셈이다. 현재 약국들은 오픈 프라이스(Open Price System)로 불리는 판매가격 표시 제도를 통해 판매 중인 모든 제품의 최종 소비자 가격을 스스로 정하고 있다.

오픈 프라이스는 약국간 가격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보다 싼 값에 구매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일부 약국들이 폭리를 취하는 수단으로 오픈 프라이스 제도를 악용하고 있고, 최근 그 정도가 심한 사례들이 나오면서 오픈 프라이스 관련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최근 3000원가량의 드링크제를 5만 원으로 판매해 논란이 일고 있는 대전 소재 약국사태가 대표 사례다. 대전광역시 대덕구에 사는 정 모(남)씨는 지난 2일 술을 마시고 대전 D약국에 들러 숙취해소제를 주문했다. 정 씨가 받은 제품은 고려제약 레보골드액으로 일선 약국에서 2500~3000원에 판매되는데, 실제 결제된 금액은 5만 원이었다. 

잘못 결제된 것 같다며 약사에게 환불을 요청했으나 '민사소송을 진행하시라'면서 환불을 거부당했다는 게 정 씨의 주장이다. 정 씨는 "약국 안을 살펴보니 박카스와 파스, 거즈 등 모든 제품을 5만 원에 판매하고 있었다"며 어이없어 했다.

대전 D약국 이슈는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회자되면서 '약국마다 제품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많은 소비자들이 실감하게 됐다. 지난 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등장했는데 참여인원은 5일 오후 2시 기준 2000명을 넘어섰다.
 

▲정 씨는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국을 욕먹이는 약사가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정 씨는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한국을 욕먹이는 약사가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한국을 욕먹이는 약사가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정 씨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진다"면서 "배짱 장사를 하고 덤탱이를 씌워 판매한 후 환불을 받고 싶으면 고소하라고 얘기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왜 없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대전 D약국을 비롯해 수많은 약국들에서 책정하는 제품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다수 접수돼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의 적정 가격이 어느 선인지 알 수 없어 바가지를 썼는지 알 길이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주유소처럼 약국도 투명한 가격 공개가 필요하다는 게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약국들은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가격 차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며 약사법에 따라 납품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가격 차가 과도할 경우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가격 제도는 제도마다 장단점이 존재하므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찰제의 경우 소비자들이 가격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약국별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제품마진을 획일적으로 맞추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대전 D약국과 같은 극단적인 사례는 일부 일탈행위에 불과하다. 다음주 중으로 윤리위원회를 열어 D약국 약사에 대한 징계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약사들의 일탈행위로 경쟁을 통해 최종 소비자 가격을 낮추자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 본래 취지 자체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은영 소비자권익포럼 이사장은 "소비자들이 약국에서 제품을 선택하기 전에 진열된 제품들의 가격과 용량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