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미래에셋증권(대표 김미섭·허선호)은 이미 IMA 인가 신청 기준인 자기자본 8조 원을 넘겼다는 점에서 IMA 인가 획득에 집중하는 동시에 해외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자본 활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9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가 전액 출자하며 청약 예정일은 9월 26일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신종자본증권 7000억 원을 발행하며 자기자본 확충에 나섰다. 이번에 단행된 유상증자까지 합치면 올 들어서만 자기자본을 약 1조9000억 원 늘리는 셈이다.
그 결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월 말 기준 자기자본 10조5216억 원으로 10조2639억 원에 머문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자기자본 기준 1위 증권사가 되었다.
이로써 작년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9조3169억 원이었던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약 11조4000억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당기순이익까지 반영하면 증권사 최초 자기자본 12조 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미래에셋증권과의 자기자본 격차는 최대 1조 원까지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공격적 행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이미 국내 최대 규모의 발행어음 사업자라는 점에서 IMA 시장에서도 선도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IMA 사업자는 자기자본의 3배 이내에서 IMA와 발행어음 운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자기자본 확충이 이뤄지면 IMA와 발행어음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받고 이를 기업금융(IB) 시장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기자본 투자에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타사 대비 발행어음 사업 비중이 높은 한국투자증권은 적극적인 자기자본 확충으로 발행어음과 IMA 한도를 넓히려는 데 반해 상대적으로 발행어음 사업 비중이 낮은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을 늘리는 대신 해외사업 확장 등에 힘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올해 6월 말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17조9725억 원으로 한도의 85.4%를 소진한 상태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8조307억 원으로 한도의 39.1%에 불과하다.
장영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IMA 사업에 대한 진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 가능하다"며 "자기자본 확대를 통해 발행어음 운용 한도도 확대되므로 관련 이익의 증가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IMA 사업을 앞두고 경쟁사 한국투자증권의 공격적인 자본 확충에도 향후 유상증자 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기자본 확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8년 7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이후에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오히려 지난해에는 인도법인의 자본 확충을 위해 홍콩법인이 4781억 원 규모의 유상감자로 자본을 줄이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기자본 확충 계획이 없다"며 "IMA 인가 신청 후 당국과 발맞춰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에 적극적인 한국투자증권은 IMA 사업에 발맞춰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기자본 확충으로 발행어음 한도를 높여야 했을 것"이라며 "발행어음 사업 비중이 낮고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 확충의 필요성을 덜 느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