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각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장남 이건영 대한제분 회장(56)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지분상속을 위한 재원마련의 숙제를 안게 됐다. 고인의 가족이 내야할 주식 상속세는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상속인은 이달 말일부터 6개월 내로 상속세 신고·납부를 해야 한다.
고인은 대한제분 최대주주(지분율 27.71%)이자 지주사격인 디앤비컴퍼니 지분 83.67%를 들고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고인이 보유한 디앤비컴퍼니 지분가치는 2020년 자본총계 기준 약 2044억 원이다.
앞서 고(故) 이종각 명예회장은 2015년에 자신이 보유한 대한제분 주식 32만721주(18.98%)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현물출자)로 비상장법인인 디앤비컴퍼니에 넘겼다. 대한제분 최대주주로 올라섬과 동시에 디앤비컴퍼니를 실질적 지주사로 앉힌 후 고인이 기존에 보유한 대한지분 8.73%를 더했다. 이로써 디앤비컴퍼니가 보유한 대한제분 지분은 27.71%(3일 종가 기준 지분가치 705억 원)가 됐고 고인이 보유한 대한제분 지분은 0%가 됐다.
고인이 보유한 디앤비컴퍼니 주식분에 대한 상속세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속세 최고세율(누진공제) 50%에 기업승계 시 주식가치에 대한 최대주주할증평가(20%), 자진신고 시 공제율 3% 등이 적용된다. 이 경우 상속세 실효세율은 58.2%다.
한국세무사회 한 관계자는 "상장주식의 상속가액은 이전 2개월과 이후 2개월 종가의 평균으로 산정되며 비상장주식은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평가한다. 상속세 최고세율의 경우 누진 공제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인이 보유한 디앤비컴퍼니 지분가치가 약 2044억 원이라 가정하고 실효세율 58.2% 적용 시 이건영 회장 등 오너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약 1190억 원으로 산출된다. 여기에 고인이 보유한 기타재산 등을 추가하면 상속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유족들이 1000억 원이 넘는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연부연납제도를 통한 5년 분납, 주식·부동산 담보 대출, 지분 일부 매각 등 자산 처분, 배당 확대 등의 방법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연부연납은 1190억 원의 6분의 1인 198억 원을 우선 내고 나머지 991억 원은 연 1.2% 이자를 가산해 상속세 분납 최대기한인 5년간 나눠 내는 방식이다. 상속세 상환을 위한 주식담보 대출도 가능한데, 현재까지는 오너일가 개인들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걸어 대출을 받은 내역이 없다.
부인 김영자 여사(86)와 장남 이건영 대한제분 회장, 차남 이재영 대한제분 부사장(54), 장녀 이혜영 씨(60), 차녀 이소영 씨(58) 등 고인의 가족이 보유한 대한제분 지분율은 11.4%로, 지분가치는 3일 종가 기준 290억 원이다. 담보대출 되는 금액이 주식가치의 60%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약 174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다만 기준금리가 지난 달에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상승했고,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 가정하면 이자부담은 다소 커질 수 있다.
연봉과 성과급, 현금배당 수익도 재원 마련에 동원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부터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받고 공시 대상이 된 이건영 대한제분 회장이 2018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수령한 총 보수는 상여금 포함 34억2900만 원이다.
여기에 대한제분 개인 지분을 가지고 있는 김영자 여사와 이건영 회장, 이재영 부사장, 이혜영 씨, 이소영 씨가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수령한 배당수익 18억 원을 더하면 50억 원을 상회하는 재원이 마련된다.
지속적인 배당확대도 기대해볼 만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한제분 영업이익은 237억 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10.8% 줄었으나 매출과 순이익은 각 7973억 원, 916억 원으로 각 10.3%, 242.1% 늘었다. 대한제분의 2020년 기준 배당성향은 15.8%로 208억 원 가운데 33억 원 가량을 배당했었다.
한편 대한제분은 오너 일가→디앤비컴퍼니→대한제분→대한사료·대한싸이로·DH바이탈피드·DHF홀딩스·우리와·보나비 등 각종 비상장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특수관계자 지분은 총 42.43%다. 이건영 회장 등 오너일가는 대한제분 지분 1.63%(3일 종가 기준 41억 원)를 보유한 리빙소프트 지분 90.93%를 개인 명의로 보유 중인데, 상속세 납부를 위한 보유지분 매각도 일부 고려해볼 수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