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고 있어 이 상태로는 올해도 연간 30만 대 판매가 어려워 보인다.
7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총 1만7361대로 전년 동월(2만2321대)보다 22.2% 감소했다.

2020년 2월(1만6725대) 이후 가장 낮은 월별 판매량을 기록했다. 연말 할인이 끝나고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은 1월은 전통적인 자동차 비수기이지만 그럼에도 감소세가 큰 편이다.
KAIDA 관계자는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과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물량부족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를 괴롭힌 반도체 수급 문제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빠르면 3분기부터 정상화된다는 전망도 있지만 오미크론 변종의 확산으로 공장이 폐쇄될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벤츠의 판매량 감소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는데 올해는 시작부터 BMW에 밀려 2위다. 판매량도 42.5%나 줄었다. 2019년 7만8133대로 최고치를 찍은 후 판매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출고 지연 문제까지 맞닥뜨렸다.

그래도 기대해볼 부분은 올해 전기차 3종과 부분변경 모델 등 6종 이상의 신차가 출시된다. 특히 스테디셀러 중 하나인 C클래스 신형과 CLS 부분변경 모델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은 플러스 요소다.
BMW는 독일 본사와의 적극적 사전 조율, 비핵심 옵션을 제거해 출고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확보한 게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7년 만의 1위 탈환이 가능할 지 여부도 관심이다.
올해 출시 예정인 전기차 i4, 2시리즈 쿠페, X7, 8시리즈 중 X7을 제외하면 판매량을 견인할 모델이 마땅치 않다는 부분이 변수다. 5시리즈, 3시리즈 등 기존 모델 흥행을 더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입차 부문 4년 연속 리콜 1위에 오르는 등 품질문제 개선도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다. 지난달 두 차례 있던 국토교통부 리콜에서도 BMW는 모두 이름을 올렸다.
아우디, 폭스바겐은 반대로 기대할만한 신차가 많다. 그간 고성능, 전기차 출시에 집중했던 아우디는 올해 대중적 가격대의 Q4 e-트론, A3 완전변경, Q2 부분변경 등 브랜드 엔트리 모델들을 준비하고 있다. 새 고객을 유입하기 좋은 시기다.
폭스바겐도 지난달 아테온과 골프를 선보였고 첫 순수 전기차 id.4도 보조금 지원 100% 가격 한도(5500만 원) 내에서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만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판매량 상승에 견인할 수 있는 모델이 대거 준비된 셈이다.
다만 수입차 시장을 견인하는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의 반도체 수급이 지속되는 이상 올해도 연간 30만 대 돌파는 힘겨워 보인다.
비유럽 브랜드의 상황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포드(미국), 렉서스·혼다(이상 일본) 등 판매량이 올랐지만 포드는 이번주부터 일주일간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8개 공장 가동을 멈춘다. 토요타와 혼다도 자국내 공장 일부라인을 지난달 가동 중단한 바 있다. 오미크론 확산과 반도체 부족이 겹친 탓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고 국산차 대기도 길어 ‘이왕이면 수입차 사자’는 분위기도 있지만 반도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급진적 상승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