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씨젠은 전년에 비해 21.8% 늘어난 1조3708억 원의 연결 매출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2020년 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하며 존재감을 제대로 과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1.4% 줄어든 6667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성장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에 더해 사상 처음으로 이익 6000억 원을 돌파했던 2020년 호실적이 역기저 효과로 작용한 탓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영업이익 224억 원과 비교하면 30배 가량으로,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씨젠의 지난해 실적은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의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2%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동시 확산으로 PCR(유전자증폭) 검사 수요가 폭증하면서 시장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성적표를 내놓게 됐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6.8% 증가한 5376억 원, 영업이익률은 11.5%포인트 하락한 48.6%로 집계됐다.

특히 공격적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1월 글로벌 영업·마케팅 총괄 임원으로 이호 사장을 영입했다. 이 사장은 LG전자에서 미국 판매 법인장, 프랑스 판매 법인장, 중남미 지역 대표, 아시아 지역 대표 등을 지낸 자타공인 글로벌 시장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2월에는 김범준 전(前) KT CFO(재무총괄)를 부사장으로 영입하고, 전략과 해외법인 운영을 포함한 경영지원총괄로 임명해 비약적 성장에 대비한 글로벌 법인 체계 구축에 힘을 보탰다. 같은 달 M&A 총괄 임원으로 박성우 부사장을 영입했다. 박 부사장은 모건스탠리 한국지사 IB 대표와 삼성증권 IB(투자은행)본부 대표를 역임한 금융전문가이다.
이어 삼성그룹, 삼성생명 등에서 홍보 업무를 수행한 김용국 이사를 IR/PR실 산하 PR그룹장으로, 20년 넘게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에서 IR 업무를 담당해온 김명건 전무를 IR/PR실장으로 영입했다.
인재 영입과 더불어 △콜롬비아 해외법인 설립에 따른 해외법인 국가 수 확대(7개→8개) △분자진단 시약 제품을 공급하는 대리점 수(60여 개) 확대 △유럽 5개국(이탈리아·스페인·벨기에·체코·리투아니아)을 비롯해 이스라엘, 브라질, 쿠웨이트, 스코틀랜드 등 진단시약 수출 확대 △코로나19 변이를 한 번에 잡는 진단키트 등 새로운 제품 허가·출시가 지난해 활발히 이뤄졌다.
씨젠이 지난해 7월 포스트 코로나 전략으로 발표한 글로벌 바이오 진단장비 기업 바이오라드(Bio-Rad)와의 미국 진출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다. 앞서 씨젠과 바이오라드는 씨젠의 분자진단 시약을 바이오라드의 진단기기에 탑재해 FDA(미국 식품의약청)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매출구조 다변화를 위한 노력도 꾸준하다. 코로나19 진단시약으로 대표되는 Covid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60%를 상회하는데, Non-Covid 제품 매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씨젠의 올해 실적은 2020년과 지난해에 걸쳐 기록한 역대급 호실적에 따른 역기저 효과로 역성장이 예상된다.
올해 증권가에서 실적 공시일인 17일 이전에 내놓은 추정 실적치의 평균값을 살핀 결과 씨젠의 올해 연매출은 지난해보다 14.5% 감소한 1조1723억 원, 영업이익은 22.8% 줄어든 5149억 원으로 예상됐다.
원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달 24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주요 매출처인 유럽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상회하지만 역대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 지속으로 매출 역성장 폭도 제한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원 연구원은 이어 "씨젠은 검사시간을 1시간 내로 줄인 제품을 출시한다. 이는 이동형 현장 검사실, 자동화 검사장비와의 시너지로 진단키트 수요 확대에 대응하고 위드 코로나를 위한 솔루션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진단키트 주요 기업들 가운데 지난해 실적을 공시하거나 시장 전망치가 제시된 6개사 중 GC녹십자MS와 피씨엘은 코로나19 진단키트 대란에도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역성장을 기록했다.
GC녹십자MS는 지난해 연결 매출이 1017억 원으로 10.3% 줄었고 영업이익은 -196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피씨엘은 매출이 455억 원으로 15.2% 감소했고, 이익은 적자를 냈다. 휴마시스는 전년대비 증가율이 가장 컸다. 매출은 전년에 비해 604% 늘어난 3218억 원, 영업이익은 660.1% 늘어난 1928억 원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