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에 소재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그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에서 물적분할된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는 서울 종로구에 자리하고 있다.
2008년 LS전선에서 LS를 물적분할해 지주사 체제를 갖춘 LS그룹도 사업회사와 지주사의 소재지가 다르다. LS전선은 경기도 안양시, 지주사인 LS는 서울시 용산구다.
대기업 그룹뿐 아니라 중견그룹에서도 동일한 사례는 많다. 2016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경신그룹도 사업회사인 경신전선은 충청남도 천안시에 위치한 반면 지주사인 경신홀딩스는 인천광역시에 자리하고 있다. 경신그룹은 와이어링 하네스 등 주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다.
물적분할로 지주사 전환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룹사 중에서도 지방에 위치한 사업회사와 달리 그룹 컨트롤 타워인 지주사는 서울에 두는 경우가 있다.
두산그룹이 대표적이다. 두산중공업은 창원을 대표하는 기업인데, 지주사는 서울에 있다. LG그룹도 가전 공장은 창원에 있지만 LG전자와 지주사인 LG는 서울에 소재해 있다.
대기업 그룹들이 지주사를 서울 등 수도권에 두는 것은 신사업과 투자를 진행하고, 새로운 기술과 관련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그룹은 미래를 책임지는 연구소나 컨트롤 타워는 박사급 등 네임 밸류가 있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지역상 최소 마지노선을 판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지방에 사업체가 있던 대기업의 지주사가 서울에 세워지는 과정에서 지자체의 격렬한 반대 목소리는 있어왔다”며 “하지만 해당 지자체의 세수가 줄거나 재정적으로 큰 타격이 발생한 일은 없다. 지주사 전환 전에도 서울 사무소에 있던 인력이 소속만 바뀌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울산의 지방세 수입은 2019년 1조5043억 원이었는데,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서울에 세워진지 2년 지난 올해 편성된 금액은 1조5780억 원이다.
지난 1월 말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확정한 포스코 역시 신사업과 인재 영입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기 위해 신설되는 지주사를 서울에 두기로 했다.

포스코는 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존 철강 중심 회사 이미지를 벗고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 신사업 경쟁력 제고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그룹의 미래 포트폴리오 개발, 그룹사업 개편 및 시너지 확보, 그룹 전반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이끌게 된다. SK그룹의 경우 투자지주 체제를 강화하면서 지난해 재계 2위(공정자산 기준)로 도약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가 출범하기에 앞서 포항시와 지주사의 소재지를 두고 갈등 빚고 있다.
반대에 나선 포항시와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다 해도 지주사 설립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대외 이미지에 영향이 있고, 그룹의 역사를 함께 해온 포항시와의 갈등이라 달갑지 않다.
포항시는 포스코홀딩스가 서울에 자리 잡으면 철강사업보다 신사업에 우선 투자해 포항에 대한 투자가 축소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의 수익이 서울로 유출되고 일자리 축소, 포항의 인재가 유출될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서울 포스코센터에 1700명이 근무 중이고 이중 200명만 포스코홀딩스 직원이 되는 것일 뿐 포항에 미치는 영향은 변화가 없다”며 “지주사 전환의 가장 큰 목적이 신사업 강화와 인재 영입이고, 이를 위해 포스코홀딩스의 소재지를 서울로 정해 주주총회에서 압도적 찬성률로 승인 받았다”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주 체제에서 연구 성과가 나면 포항과 광양에 우선적으로 공장을 세운다고 밝힌 상황이다. 부생수소 생산설비 증설, 수소출하센터 충전소, 고순도니켈공장, 양극재 6만톤 공장 신설 등 신사업 분야 투자를 포항에 집행할 방침이다.
포스코홀딩스는 투자형 지주사로 세금을 내기 위한 수익이 투자를 통해 얻는 이익과 배당금이 거의 대부분이다. 이중 계열사에서 받는 배당금은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이미 과세가 됐기 때문에 지주사에게 추가 과세는 되지 않는다.
포스코가 포스코홀딩스의 소재지를 포항으로 바꾸기 위해선 다시 한 번 주주총회를 소집해야 한다. 주요 주주가 아닌 지자체의 요구로 정관 변경을 위한 주총을 소집하는 일은 쉽지 않다.
포스코는 포항시와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3월 2일 포스코홀딩스를 예정대로 출범할 방침이다.
김학동 포스코 대표(부회장)는 “지주사 출범으로 인해 포항, 광양 인력의 유출이나 지역 세수의 감소는 전혀 없다”며 “포스코의 본사도 여전히 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주사 전환을 통한 그룹의 균형성장은 포항지역 발전에 더욱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