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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 포스코 지주사의 주인은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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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 포스코 지주사의 주인은 '여론'?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2.03.03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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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주인”. 대선이 임박한 요즘 유세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다. 해석의 여지없이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말이다.

기업의 상황에 대입해보자.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오너가 주인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지분을 많이 보유하기에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산업계에는 주인이 철저히 무시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2일 미래 생존을 위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포스코의 이야기다.

포스코는 공기업이었다. 과거형이니 지금은 명백히 아니다. 포스코는 1968년 4월 제철, 제강 및 합금철 제조‧판매를 위해 포항종합제철로 설립됐다. 당시 주인은 정부가 맞다. 하지만 2000년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포스코는 민영화됐다. 삼성, 현대차, SK, LG와 같은 사기업이다. 

포스코는 1월말 지주사로의 전환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들의 찬반 의견을 물었는데, 주식수 기준 75.6%의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했고 이중 89.2%가 찬성했다. 신설되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소재지는 서울로 결정했다. 

포스코 지분 약 10%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도 찬성했다. 오너가 없는 포스코의 주인은 74% 비중을 차지하는 소액주주다.

최근 포스코는 홀딩스 출범에 앞서 내년 3월까지 지주사를 포항으로 이전하기로 번복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주주들을 불러 모아 정관 변경을 위한 촌극을 벌여야 한다.

문제는 포스코의 결정이 외풍 때문이란 점이다. 

포스코 본사가 위치한 포항시는 주총 이후 별도의 언론 대응팀을 꾸리고 '서울 본사 설립' 저지에 나섰다. 이강덕 포항시장과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전면에 나서 지역을 위해 포스코의 지주사가 포항시에 위치해야 한다고 사실상 포스코를 압박했다. CEO 사퇴 요구 목소리도 높였다. 심지어 대선후보들도 거들었다.

지역 세수와 인력이 유출되고 신사업 투자 등에서 지역이 배제될 우려 때문이라고 하는데, 홀딩스의 서울 소재는 포항시 세수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많이 알려져 있다. 신규 투자를 포항‧광양에 우선하겠다는 포스코는 목만 아프다.

주주들의 결정이 외풍에 휘날려 무시된 셈이다. 명백한 경영 간섭이다.

포스코가 경영간섭에 시달려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정권이 바뀌면 공식처럼 CEO가 바뀔 정도로 외풍에 시달렸다.

전임 CEO인 권오준 전 회장은 창립 50주년 간담회에서 교체설을 두고 “포스코가 자의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지주사 전환을 결정하고 홀딩스의 소재지로 서울을 선택한 것은 ‘생존’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다. 미래 사업을 개발하고 이를 연구할 인재 확보차원에서 지주사는 서울에 있는 게 유리하다. 그룹의 연구소는 판교 아래에 짓지 않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과거 핀란드의 대표기업이던 노키아의 몰락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노키아가 대마불사의 대표적인 예외 사례가 된 것은 바로 미래 투자를 가로막는 의사결정의 경직성 때문이란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민간기업이 된 지 22년째인 포스코의 행보가 지금도 정치권의 입김에 갈 지(之)자를 그린다면 그 미래를 장담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지주사 출범의 첫 단추가 잘 못 채워졌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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