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기사의 과실이 명백한 경우 카카오T대리(카카오 모빌리티) 등 중개 플랫폼들은 대리기사가 과태료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에 사는 박 모(남)씨는 최근 대리운전 중개 플랫폼을 이용했다가 주차 과태료를 물어야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늦은 시간이라 아파트에 주차공간이 없어 박 씨는 대리기사에게 이중주차할 것을 요청했다. 며칠 뒤 박 씨는 8만 원의 장애인 주차구역 위반 과태료 통지서를 받게 됐다.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한 날 박 씨의 차량 뒤편이 장애인 주차 구역을 침범했던 것이다.
박 씨는 우선 중개 플랫폼 측에 이를 알렸고 업체 측은 과태료를 먼저 납부한 후에 대리운전 기사의 과실을 입증할 CCTV 영상을 제출하라고 안내했다. 박 씨는 대리기사가 장애인 주차 구역을 침범했다고 생각했지만 기어를 중립으로 뒀기 때문에 누군가 밀어 옮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씨가 과태료를 납부한 뒤엔 관련 규정에 따라 이의 제기는커녕 CCTV 영상도 확보할 수 없게 됐다.
'주∙정차 위반 및 전용차로 위반 단속'에 이의가 있을 경우 단속된 날로부터 20일 이내 또는 과태료 납부 사전통지서에 기재된 의견제출 기한 내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의견 제출 기한 이내에 과태료를 자진 납부하는 경우 과태료를 감경해주는 대신 이후엔 의견을 제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CCTV도 개인정보보호로 인해 공공기관이 아닌 개인이 요청해서는 볼 수 없어 증거 자료도 확보할 수 없다.
박 씨는 업체의 잘못된 안내로 증거를 확보할 수 없게 됐으니 과태료 8만 원을 모두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대리운전 중개 플랫폼 업체는 해당 위치에 주차를 요청한 박 씨의 과실도 있으니 박 씨 3만 원, 대리기사 3만 원, 플랫폼 2만 원씩 부담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 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대리운전 중개 플랫폼에서 과태료 8만 원을 모두 부담하기로 했다.
중개 플랫폼 관계자는 “과태료의 경우 사전 납부 기한 내에 낼 경우 감면 혜택이 있어 고객이 이 기한을 넘기지 않고 과태료를 납부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주정차·과속 등 대리기사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과태료는 고객이 아닌 기사가 납부하도록 약관에 정해두었고, 운영가이드를 통해 대리기사에게도 이를 안내하고 있다”며 “이번 사례의 경우 고객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다고 판단돼 이례적으로 고객·기사·중개 플랫폼이 과태료를 분담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동종업계 관계자는 “대리 운행 중 발생된 과태료는 이용자가 부담하지 않는다. 단 대리 운행이 종료된 이후 차량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