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사태 관련 징계에 대해 정당성을 연일 강조하면서 징계 대상자의 용퇴를 압박했고, 결국 이들이 물러나면서 당국이 주도권을 가져가는 모습이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은 새해 들어서도 은행권에 대해 임직원 성과급과 여·수신금리, 배당정책 등에 대해 연일 강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그립을 더욱 강하게 쥐고 있다.
◆ 세대교체 명분으로 떠났지만 실질적으로는 '사모펀드 책임론'
지난해 말 일찌감치 용퇴 결정을 내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18일 같은 결단을 내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모두 용퇴 배경은 세대교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2월 초 세대교체를 이유로 전격적인 용퇴를 결정한데 이어 손 회장 역시 18일 같은 이유로 전격적인 사퇴를 발표했다.
손 회장은 18일 입장문을 통해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금융권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고자 한다"면서 "앞으로 이사회 임추위에서 완전 민영화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두 사람 모두 사모펀드 사태 관련 징계 대상자였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론때문에 퇴진했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 당시 이미 금융지주 회장이었고 손 회장은 우리은행 DLF 및 라임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다. 현재 금융당국이 징계를 확정한 DLF사태와 라임펀드 사태에서 조 회장은 경징계, 손 회장은 중징계가 확정됐다.
지난해 금융지주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이들의 연임 역시 유력했지만 두 사람 모두 돌연 사퇴를 결정했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사태 책임을 물어 사실상의 사퇴 압박이 있었고 이들이 백기투항한 것으로 금융권은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복현 원장은 손 회장의 거취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수 차례 언급하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원장은 손 회장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의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며칠 뒤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핵심축인 이사회와 경영진의 구성·선임과 관련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고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올렸다.
다만 이 원장은 두 회장의 용퇴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선택이라는 점을 언급하면 선을 긋고 있는 모습이다.
이 원장은 18일 은행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으로서의 손 회장께서 어떠한 법률적 이슈에 대해 결정을 하신 것은 전적으로 본인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개별 소송건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독립된 차기 회장 또는 은행장이 하는게 상식적으로 공정해보인다"고 밝혔다.
◆ 이복현 원장 새해 들어 은행권 정조준... 은행들 "지나치게 간섭한다" 불만 가득
금융지주와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한 금융당국은 새해 들어 은행권을 정조준하며 그립을 세게 쥐고 있는 모습이다.
이 원장은 최근 수 차례에 걸쳐 은행들의 ▲내부통제 부실 ▲성과급 논란 ▲여수신금리 ▲배당정책 등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10일 내부 임원회의에서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와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 제고 노력과 성과보수체계 개선 노력을 화두로 던졌다. 이어 16일 가상자산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의 사회공헌 노력과 배당 및 성과급 정책 등을 꼬집었다.
다만 18일 열린 은행장 간담회 직후에는 예대금리 문제와 관련해 "급격한 예대금리 상승 하락도 시장에 큰 변동성을 초래한 부분이 있기에 (은행들이) 조금 더 정책적인 방향과 공감대를 이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은행권에서는 과거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며 금융권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던 윤석헌 전 원장 시절보다 당국의 간섭이 심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전 원장의 경우 소비자보호 철학이 강해 다소 초법적인 판단을 내린 경우가 많았음에도 금융감독업무 내 이슈에 국한됐지만 최근의 이 원장의 행보는 금융회사 경영에 대한 과도한 간섭 수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불만이다. 은행연합회가 이달 초 금리산정체계와 성과급 논란 등에 대해 적극 반박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윤석헌 전 원장도 그립이 셌지만 자신의 철학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성격이었다면 이 원장은 윗선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한다는 성격이 강하다"면서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독립적인 역할을 해야하는 금융감독기구 수장이 민간 은행의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어 불만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