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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사외이사 평가 전원 만점...내부 평가로 '제식구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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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사외이사 평가 전원 만점...내부 평가로 '제식구 감싸기'?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3.02.03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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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평가가 여전히 내부 평가로만 이뤄지고 있어 '하나 마나한 평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DGB금융지주(회장 김태오)를 제외한 7개 은행계 금융지주 모두 사외이사 평가를 내부 구성원들이 하고 있다. 더구나 평가 점수가 지나치게 높아 평가 변별력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각 회사들은 객관적으로 사외이사 평가를 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외부 평가기관의 부재를 이유로 꼽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이사회 독립성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사외이사 평가제도 역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DGB금융 제외하고는 내부평가... "외부 평가기관이 없다"

국내 8개 은행계 금융지주사 중에서 사외이사 평가를 외부에서 실시하는 곳은 DGB금융지주가 유일하다. 

DGB금융지주는 매년 1월 이사회 사무국에서 선정하는 외부평가기관이 이사회 의사록을 통한 서면조사를 실시한 뒤 사외이사 면담을 거쳐 연간 활동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 면담의 경우 복수의 외부컨설턴트가 장시간 면담하면서 각종 이사회 활동에 대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7개 금융지주사들은 내부 구성원들의 다면 평가로만 진행되고 있다.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는 ▲내부인력 ▲동료 사외이사가 평가주체였고 하나금융지주(회장 함영주)와 우리금융지주(회장 손태승)는 ▲본인 ▲동료 사외이사 ▲이사회 관련 부서 직원 등이 평가를 진행했다.

다만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의 경우 평가 주체는 내부 인물이지만 평가 항목과 구성 그리고 전체 평가 일정과 결과 발표까지 전 과정을 외부 기관에서 실시해 최대한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사들은 내부 규범을 통해 필요에 의해서는 외부 기관에 의한 사외이사 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외부 평가를 주저하는데는 공신력 있는 외부 평가기관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사외이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공신력 있는 기관이 사실상 없어 내부 평가로 실시하고 있다"면서 "상향식 평가를 도입하는 등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외이사들을 평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들은 또 평가를 위해 외부 기관에 회사 경영과 관련한 민감한 자료를 공유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심층 평가를 위해서는 내부 자료까지 외부 기관에 공유해야하는데 오히려 이사회 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외부로 자료가 유출됐을 때의 책임소재 문제"라면서 "공신력 있는 외부 평가 기관이 있더라도 금융회사 입장에선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전원 만점평가' 객관성 결여 우려... 해법은 공시제도 확대?

내부 위주로 이뤄지는 평가의 객관성은 얼마나 담보되고 있을까?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주요 금융지주 사외이사 평가 점수를 살펴보면 다수 사외이사들이 최고점을 받았다. 

KB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전원에게 전 항목 '매우 우수' 등급을 매겼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사외이사 전원에게 '최고수준' 또는 '최우수' 등급을 내렸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일부 평가 점수가 달랐지만 대부분 후한 평가를 내렸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사외이사 평가 점수가 지나치게 상향 평준화가 되어있어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반면 금융지주 이사회는 매년 '거수기 논란'을 비롯해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4대 금융지주 이사회 안건 94건 중에서 93건이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지난해 3월 신한금융지주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건에 대해 변양호 전 사외이사가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이 유일했는데 변 전 사외이사는 지난 달 독립적인 사외이사직 수행이 어렵다며 조기 사퇴하기도 했다.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객관성에 대해서는 금융당국도 관심을 갖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ESG이슈와 중장기적으로 금융지주가 준비해야 할 부분에 대한 감독당국의 입장을 이사회 의장들에게 전달했다"면서 "이사회 운영과 관리방식 등에 감독당국이 의견을 내야한다는 것이 선진 금융규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 평가 개선을 위해서는 이들의 활동내역에 대한 평가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공시제도 강화와 독립적인 외부 평가기관 확보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외이사 평가 공시는 매년 각 사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개되지만 이들의 활동내역을 주주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세분화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남궁주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3의 기관에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야하지만 법적 근거도 없고 공신력 있는 기관도 없어 쳇바퀴 돌 듯 문제만 반복되고 있다"면서 "공시와 연결해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외부에서 알게 하는 것이 까다롭고 부담스러운 규제 방법이지만 가장 쉽게 생각해볼만한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외부기관이더라도 금융회사에서 의뢰한 평가기관이라면 내부 평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면서 "(객관성을 담보하려면) 주주들의 평가도 반영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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