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을 마친 에코프로의 다음 과제는 승계 문제다.
이동채 전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에코프로의 지배력을 높였지만 아직까지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총 지분율은 26%에 그치고 있다.
국민연금 같은 든든한 우호 지분이 없고 소액주주비율이 70%로 높아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실제 전통적인 오너 중심 기업인 식품, 제약사들의 경우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0% 이상인 곳이 수두룩하다.
당장 2세들의 승계가 진행될 상황은 아니지만, 이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상태라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이 전 회장은 에코프로비엠이 내부자거래 의혹, 화재 사고 등 잇단 악재에 휩싸이자 경영 쇄신을 이유로 지난해 초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 11일에는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1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에코프로의 승계 키는 이 전 회장 등 가족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이룸티엔씨가 갖고 있다.
이 전 회장 장남인 이승환 팀장은 에코프로 신사업기획팀에서 근무 중이다. 장녀 이연수 씨는 에코프로의 벤처캐피탈(VC) 계열사 아이스퀘어벤처스에서 심사역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승환 팀장과 이연수 심사역은 에코프로 지분율이 각각 0.14%, 0.11%에 그친다. 에코프로 지분 5.37%를 지닌 이룸티엔씨를 통해 간접 지배력을 갖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에코프로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기 1년여 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이룸티엔씨에 주력 계열사 지분을 밀어준 것이다. 공정위 규제 대상이 되기 전 이뤄진 사익편취 관련 활동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2021년 11월 3일 에코프로비엠의 신주인수권 100만주를 이룸티엔씨에 외상으로 매각했다. 가격은 주당 41만5000원으로 직전 종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에코프로 지분을 정리한 것인데 매각 대상이 지배구조 틀에서 벗어나 있는 가족회사로 이뤄진 것이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가 지분 100%를 지녔다. 사실상 이 전 회장의 결정인 셈이다.
에코프로가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이라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집단 지정 전에 일어난 일이라 문제가 되지 않고, 소급적용도 되지 않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익편취 규정은 공시대상 기업집단일 때 발생한 일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룸티엔씨는 신주인수권을 매수한 날 에코프로비엠 보통주 약 17만 주도 에코프로이노베이션으로부터 샀다. 신주인수권을 포함한 총 매입가는 4870억 원이다. 이는 전액 이룸티엔씨의 회계장부에 미지급금으로 계상됐다.
미지급금은 지난해 말 2124억 원으로 줄었다. 이룸티엔씨는 에코프로 등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아 미지급금을 상환한 것으로 보인다.
이룸티엔씨는 상장을 준비 중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지분도 2.16% 갖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에코프로가 52.78%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매각을 통한 유동화가 가능하다.
현재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22만3500원(15일 종가 기준)이다. 지난해 7월 1주당 3주를 더 주는 무상증자를 실시한 것을 고려하면 이전 주가 시세로는 약 90만 원에 해당한다.
오너 일가들은 2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현재 주식가치는 894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지금 시제대로라면 에코프로 지분 약 6.8%를 매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에코프로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자회사 행위 제한 규정’에 따라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에코프로비엠 주식 및 워런트를 거래일 종가로 매각했다”며 “이룸티엔씨는 법령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산정된 이자율(4.6%)을 적용해 지급하고 있다. 현재는 매입한 주식 대금의 상당액을 상환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성장성이 큰 에코프로비엠 지분을 공정위 규제 대상이 되기 전에 오너 일가 회사에 밀어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에코프로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