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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드라마의 일과 사랑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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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드라마의 일과 사랑 비중
  •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1.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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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드라마인 MBC ‘뉴하트’의 멜로 진행을 두고 말들이 많다. 극중 연예인인 동권(이지훈)과 혜석(김민정)의 멜로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끼지만 열정만 가득한 의사 은성(지성)과 혜석의 멜로는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제작진은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전자를 거의 없애고 후자를 급진전시키고 있다. 만약 이 드라마가 사전전작제로 제작됐다면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은성-혜석의 멜로는 되는데 동권-혜석 커플은 왜 용납이 안 될까? 의사끼리의 멜로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바라보지만 외부 인사와의 멜로는 배척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동권의 적극적인 구애의 배경에 대한 공감이 없는 가운데 그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시청자들이 반감을 가진 반면, 은성과 혜석에 대한 이해는 충분하였기에 비슷한 장면에 다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봐야 한다.

사실 의학 드라마에서 연애해도 된다는 사실은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이미 입증됐다.이 전문직드라마가 멜로를 제법 깔고도 성공한 걸 보면 사랑과 전문직이 상극관계는 아니다.

그렇다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권을 극과 어울리게 다시 만들어내면 동권의 복권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동권의 퇴출 위기는 동권-혜석-은성의 삼각관계 구도가 의학드라마의 본질을 흐트러뜨리는 수준까지 간 데서 비롯됐다. 메디컬 드라마로서 ‘뉴하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환자를 병원 경영보다 우선시하는 실력파 의사 최강국(조재현)의 고집과 눈물과 고뇌를 아우르는 성찰기라는 점이다. 최강국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은 함께 근무하는 다양한 속물 내지 현실주의자 의사들, 병원장과의 충돌과 갈등을 통해 더욱 잘 표출된다.

여기에 3류 의대 출신이지만 열정과 타고난 손재주로 실력을 쌓고 있는 은성과, 현실을 조금씩 알아나가는 젊은 원칙주의자 여의사 혜석 캐릭터가 이야기의 중심에 붙어 있다. 이러한 점은 ‘뉴하트’가 의사들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권력관계를 파헤친 ‘하얀거탑’과 인간미 있는 의사를 보여준 ‘외과의사 봉달희’와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는 요체다.

병원드라마인 이상 이 구도의 전개과정이 확연히 드러나야 하며 이들의 멜로도 이 구도를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진행돼야 한다. 이 기본 구도의 전개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오르는 멜로를 보고 싶은 것이다. 죠닉스프로덕션의 김경희 씨는 “일하는 드라마가 주인공들이 일만 하며 직장생활의 신랄한 현실만 보여준다면 누가 드라마를 보겠는가”라면서 “미국 의학드라마가 성공한 것도 일을 기본으로 하되, 연애와 같은 ‘재미’가 추가됐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그레이 아나토미’도 의학드라마에 연애라는 영역을 적절히 섞어서 소화시켰다.

‘뉴하트’가 은성-혜석의 멜로로만 갈 것인지, 분량을 극소화시킨 동권을 어정쩡한 상태로 유지시켜 삼각관계의 들러리(?)로 남길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누구와의 멜로냐보다는 독불장군 최강국의 갈등구조와 의사로서의 은성, 혜석의 이야기인 본질이 희석되면 어떤 멜로도 욕먹을 수 있다는 것이 의학드라마의 숙명임은 제작진도 유념해야 할 것 같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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