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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외자 지원 추진에 '배째라족' 늘어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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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외자 지원 추진에 '배째라족' 늘어 골머리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1.1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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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은행의 채권추심을 대행하고 있는 김모 팀장은 1천만원을 연체 중인 채무자 송모 씨에게 여러 차례 상환을 안내하던 끝에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정부에서 (채무 상환을) 지원해 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으니 더는 독촉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김 팀장은 송 씨에게 전화를 걸어 "채무상환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따졌지만 송 씨는 전화를 그대로 끊어버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가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에 대한 구제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책이 나올 때까지 빚을 상환하지 않고 버티겠다는 '배째라족'이 늘고 있어 은행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용대출 200만원을 연체한 채무자 김모 씨는 최근 "2월달에 정부 정책안이 제시되면 그때가서 (빚을) 처리하겠다"고 은행 측에 통보했다.

   B은행 가계여신관리 담당자는 "아직까지 채권추심을 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가 있는 수준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콜센터 등에서 상환 안내를 하면 상당수 연체자들이 정부정책 안에 대해 먼저 질문을 해 이를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C은행 관계자는 "새 정책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연체자들이 많은 것 같다"며 "하지만 은행으로서는 채권이 장기연체할 경우 은행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채권추심 절차를 더 철저히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카드 대란 이후 정부가 다양한 신용회복 대책을 마련한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추진하는 이번 대책이 '버티면 된다'는 식의 학습효과를 줄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정부가 과거 신용회복 대책에 손을 댈 때마다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져 나왔었다.

   모 은행 담당자는 "워크아웃, 개인파산, 개인회생 등 현재의 제도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정책이 추진돼야지 새롭게 제도를 만들어 연체자들을 구제할 경우 당장은 좋지만 결국 또 다른 연체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돈을 빌리면 반드시 갚도록 하는 게 신용사회로 가는 초석"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채무불이행자를 우선 지원대상으로 정해 이자는 탕감해주되 원금은 반드시 갚도록 하고, 저신용자의 경우 원금이나 이자 탕감없이 대출금리만 낮춰주는 등 두 갈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은행들은 현재 자체적으로 신용회복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500만원 이하 채무불이행자에 대해 사회봉사활동을 할 경우 시간당 3만원을 원금을 면제해주고 있고 우리은행은 1천만원 이하 채무불이행자를 대상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하면 시간당 3만원의 채무를 감면해주고 있다.

   기업은행도 신용카드, 가계대출 등을 장기연체한 특수채권 편입자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채무불이행 기간에 따라 채무원리금을 60~90%까지 감면해주는 '신용회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도 제도 홍보에 소극적인 데다, 채무불이행자들도 참여가 저조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우리은행의 경우 2005년 제도 시행 이후 채무 감면 혜택을 받은 사람은 59명에 불과했다.

   얼마 전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이명박 당선자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간 간담회에서 신한은행의 신용회복 프로그램을 소개한 뒤 다른 은행에도 중복해 채무가 있을 경우 신용 지원이 어려운 점을 지적하며 "은행들이 같이 지원한다면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현 제도를 보완해 추진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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