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통해 미성년자 ELS 대리 가입=20대 여성 김 모씨는 최근 자신이 B은행 ELS 특정금전신탁 상품에 가입된 사실을 알았다. 알고 보니 미성년자 신분이었던 고등학생 시절 어머니가 자신의 이름으로 대리 가입한 상품이었다고. 특히 자신이 직접하지 않은 투자성향분석결과 공격투자형인 100점이 나와서 어이 없었던 김 씨. 그는 "수능 공부한 학생이 어머니보다 투자성향이 더 공격적으로 나왔다"면서 "최근에서야 가입 사실을 알게 됐다"고 황당해했다.
최근 확정 손실 규모가 2000억 원을 넘어선 '홍콩H지수 ELS 사태(이하 ELS 사태)'와 관련해 각종 불완전판매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설명 의무 위반 등 단순한 불완전판매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 백내장 환자 등 애초에 금융투자상품 가입이 어려운 부적합자가 가입하거나 투자성향서나 AI녹취 조작 등을 주장하는 피해 사례도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과거 사모펀드 사태와 달리 이 상품들은 공모 상품이어서 불특정 다수에게 대량으로 판매되었다는 점에서 불완전 판매 인정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질 수 있어 판매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 피해자들 "최초 가입자 비율 8.6% 큰 의미 없어...예·적금 가입시키듯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금융권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 원으로 이 중 82.3%인 15조9000억 원이 은행에서 판매됐다.
지난 19일 기준 5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원금 손실액은 2296억 원으로 손실율은 52.7%에 달한다. 홍콩H지수가 올 들어서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향후 만기도래하는 잔액의 경우 손실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우선 피해자들은 금감원에서 밝힌 최초 가입자 비율 8.6%가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 최초 가입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근거로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이 ELS 상품을 잘 아는 숙련된 투자자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한 반박이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가입한 2021년 당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0~0.75% 범위 내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저금리 상황으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1% 남짓이었다. 은행 예적금보다 2~3%포인트 금리가 더 높았던 ELS에 고객들이 몰린 이유다. 당시 홍콩H지수는 1만2000포인트에 육박하며 호황을 거듭하던 시기였다.
실제 다수 피해자들은 해당 ELS가 조기상환에 연거푸 성공하면서 별다른 설명 없이 예적금 갱신하듯 재가입을 반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초 가입 당시나 조기상환 후 갱신 때도 원금 손실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ELS 조기 갱신 싯점에서 이 상품은 안전하고 원금이 보장된다고 하니 여러 번 갱신했던 것"이라며 "핵심은 처음 가입할 때 설명과 위험성 고지를 제대로 받았는지라는 점에서 (신규 가입자와) 재가입자들을 갈라치기 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들은 투자성향서나 AI 녹취가 조작된 정황도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 차원의 조직적인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은행들이 ▲90대 알츠하이머 노부부 ▲한글을 모르는 노모 ▲급성 백내장 환자 ▲외국인 ▲미성년자 등 고위험 투자상품에 부적합한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권유하고 가입 과정에서도 각종 불법 행위들이 발생했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ELS와 ELT(주가연계신탁) 상품 판매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KPI 점수 비중이 30~40%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는 점에서 개별 판매건 뿐만 아니라 은행권의 구조적인 수익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선임간사는 "과거 사모펀드 사태를 포함해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검증 없이 1금융권인 은행들이 판매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면서 "KPI 분배에 있어서도 소비자보호 항목이 다른 항목보다 배점이 낮은 문제도 지적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손실 확정이 본격화되고 있고 금융당국의 현장 조사가 이뤄짐에 따라 법률 검토를 위해 대형 법무법인과 손을 잡고 파악에 나서는 한편 손실확정 고객 응대를 위한 별도 대응팀을 꾸렸다.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그룹 산하 '소비자중심랩(Lab)', 농협은행은 신탁부 내 'ELT 대응지원센터'에서 홍콩 ELS 관련 민원과 분쟁을 대응하고 있고 판매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은 소비자보호부에서 대응하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은 상품이기에 홍콩 ELS 관련 전반적인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만기 도래가 차례대로 이뤄지고 있고 불완전판매 여부가 가리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손실배상 등을 논의하기엔 이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은행은 금감원을 등에업고
역사에 남을 죄를 더하지말고
어서 원금배상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