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점포축소 종착지는?②]강남엔 초밀집, 도봉구는 드문드문...서울 내에서도 편차 극심
상태바
[점포축소 종착지는?②]강남엔 초밀집, 도봉구는 드문드문...서울 내에서도 편차 극심
대기업, 고액자산가 몰린 지역엔 '대면채널' 강화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4.05.17 0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민을 고통에 빠뜨렸던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 디지털금융시대를 빠르게 앞당기는 결과를 남겼다. 비교적 젊은 세대들이 예적금 뿐 아니라 대출과 펀드투자까지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는 편리함에 젖어드는 동안 은행들은 발빠르게 점포를 줄여 나갔다. 그 결과 코로나19 팬데믹 3년 동안에만 전국에서 1000개 가까운 점포가 사라졌고, 이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층 소비자에게는 불편과 불이익으로 돌아왔다. 은행 점포 구조조정이 어떤 결과를 낳았고, 앞으로 어떤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지를 시리즈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은행점포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 거주자의 불편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작 인구가 많고 기업들이 몰려 있어 은행점포가 많다는 수도권에서도 점포 통폐합은 예외가 아니다. 은행들은 중첩된 점포를 합쳐 '대형화', '효율화'를 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은행 점포망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역설적으로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지역의 점포 축소폭이 가장 크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서울지역 점포 수는 1148곳으로 5년 전에 비해 약 20.8% 감소했는데 경기도(-17.8%)와 인천광역시(-14.3%) 등 다른 수도권 지역보다 오히려 감소율이 높다.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 은행 점포 수는 극명한 편차를 보인다. 인구가 많더라도 이른바 '돈 되는 고객'인 대기업이나 고액자산가가 적은 지역은 은행점포를 찾기 어려운 반면, 강남으로 대표되는 '돈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한 건물에 여러 은행 점포들이 경쟁적으로 입점하는 등 상반된 분위기다. 

심지어 초고액자산가가 몰린 지역에서는 별도 프리미엄 자산관리 브랜드를 론칭하고 전용 점포를 만드는 등 오히려 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 강남3구, 종로, 중구 점포 비율 44% 훌쩍 넘겨...테헤란로엔 한 건물 중복 입점도 수두룩 

서울의 은행점포 편중 현상은 각 구별 점포수를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은행 점포가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로 무려 262곳에 달했다. 서울 전체 은행 점포(1694곳)의 15.5%가 강남구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

부유층과 기업이 밀집돼 있는 강남 3구와 중구, 종로구 등 5개 자치구의 점포 비율이 44.7%에 달하는 반면, 종로구와 중구를 제외한 강북 13개 자치구의 전체의 점유율은 30%로 집계됐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모두 강남구에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52곳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 49곳,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43곳과 39곳의 점포를 두고 있다. 
 
▲ 4대 시중은행 서울 강남구 내 점포 분포도. 기업 본사가 몰린 테헤란로 인근과 고가 아파트들이 밀집된 압구정동 일대에 점포가 몰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4대 시중은행 서울 강남구 내 점포 분포도. 기업 본사가 몰린 테헤란로 인근과 고가 아파트들이 밀집된 압구정동 일대에 점포가 몰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강남구 내에서도 특정 지역에 점포가 밀집된 모습이다. 대기업과 벤처기업들이 몰려 법인대상 '기업금융센터'가 몰린 테헤란로 인근과 고가 아파트촌이 밀집해 고액자산가 대상 'PB센터'가 집중 배치된 압구정동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보니 역삼역 인근 '강남 파이낸스센터'나 삼성역 근처 '코엑스' 건물에 주요 시중은행 지점이 밀집해 있을 뿐 아니라, 같은 건물 내에 개인·법인 고객 대상 별도 특화점포가 동시에 입점하는 케이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 강남구 역삼역 인근에 위치한 강남파이낸스센터 내에는 KB국민은행 지점과 신한은행 PWM센터, 하나은행 PB센터가 입주해있다.
▲ 강남구 역삼역 인근에 위치한 강남파이낸스센터 내에는 KB국민은행 지점과 신한은행 PWM센터, 하나은행 PB센터가 입주해있다.

반면 강남구 안에서도 아파트 밀집지역인 △개포동 △일원동 △수서동 지역은 리테일 중심 일반 점포들이 거리를 두고 위치해 점포 밀집도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었다. 결과적으로 점포가 가장 많은 강남구 내에서도 입지 조건에 따라 점포 밀집도가 천차만별이었다.
 

서울에서 점포 수가 가장 적은 자치구는 도봉구로 20곳에 그쳤다.

4대 시중은행 기준 KB국민은행이 5곳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각 3곳에 불과했다. 도봉구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상권이 발달한 4호선 쌍문역 또는 1호선 방학역 근처에 점포들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도봉구 인구는 약 30만7000여 명으로 강남구(54만5000여 명)에 비해 3분의 2에 육박하는데, 점포수는 13분의 1에 그쳤다. 
 


점포 1곳 당 인구 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점포 1곳 당 인구 수가 가장 적은 곳은 중구였는데 919명 당 1개 점포가 위치해있었다. 도심지역 특성상 거주 인구가 적고 기업들이 많아 법인 및 유동인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점포가 그만큼 촘촘하게 배치되어있었다.

중구를 포함한 상위 5개 자치구로는 △종로구(1499명) △강남구(2080명) △서초구(2736명) △영등포구(3639명) 등 기업들이 많은 지역이었다.  
 
점포 1곳 당 거주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도봉구로 점포 1곳 당 1만5347명에 달해 강원도의 1만4833명보다 높았다. 즉, 인구수에 비례해서 보면 도봉구의 은행점포는 강원도보다도 적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중랑구(1만5286명) 역시 점포 당 인구가 강원도보다 많았고, 관악구(1만4604명)는 강원도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외에 강북구(1만3720명)와 은평구(1만3336명) 등 주거지역 위주의 자치구에서 인구에 비해 은행 점포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악구와 은평구는 인구가 45만 명이 넘는 곳이다.

결과적으로 △대형 법인들이 많고 △고액자산가 비중이 높은 지역은 점포 통·폐합 과정에서도 여전히 많은 점포들이 운영되고 있었고 주거지역 중심의 입지를 가진 곳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셈이다.
 

▲ KB금융그룹은 지난 4월 말 서울 서초구에 초고액자산가 대상 프리미엄 종합자산관리센터 'KB 골드와이즈 더퍼스트' 2호점을 개설했다.
▲ KB금융그룹은 지난 4월 말 서울 서초구에 초고액자산가 대상 프리미엄 종합자산관리센터 'KB 골드와이즈 더퍼스트' 2호점을 개설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에 연령대가 높은 고객들은 자산관리를 대면으로 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아 은행들이 점포 폐쇄 분위기에도 PB센터를 계속 만들고 있다"면서 "은행들의 향후 먹거리 전략의 핵심은 자산관리인데 선진국에서도 대면 상담을 통한 자산관리가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PB센터의 고급화와 같이 채널 형태를 특화하는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 1월 금융자산 100억 원 이상 기업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한PIB강남센터'를 열었고 KB국민은행도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를 2호점까지 개설했다. 우리은행도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고객 대상 '투체어스W'를 현재 6곳에서 2026년까지 2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신한PIB강남센터는 대치동 포스코센터, KB 골드앤와이즈더퍼스트는 압구정역 인근과 반포동 원베일리에 위치해있다. 우리은행 TCE 강남센터 역시 역삼역 인근 GS타워에 위치하고 있다. 

◆점포 통폐합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월계동 디지털 출장소는 절반의 성공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은행들이 핵심 상권과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더구나 소비자들이 편의성을 쫓아 자발적으로 비대면거래에 가세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점포망의 효율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도 하다.

다만, 이 같은 과정에서 대두되는 고령층을 비롯한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와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곳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지점 통폐합 대신 디지털 출장소 전환을 선택한 서울 월계동이다. 

월계시영아파트(미륭·미성·삼호3차) 내 상가에 위치했던 신한은행 월계동지점은 지난 2021년말 장위동 지점과 통·폐합될 예정이었다가 대면·비대면 하이브리드형 점포인 '디지털출장소'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신한은행 디지털출장소는 전국에서 이 곳이 유일하다. 
 

▲ 신한은행 월계동 디지털출장소
▲ 신한은행 월계동 디지털출장소

이 곳은 은행 직원 2명과 컨시어지 직원 1명이 상주하면서 화상상담기반의 디지털데스크와 스마트키오스크(고기능 자동화기기)를 통해 고객 업무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디지털기기 위주로 업무가 이뤄지고 있고 디지털기기로 처리가 어려운 업무는 창구직원이 대신 처리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대면 업무의 80% 이상을 수행할 수 있다는 디지털데스크가 여러 대 위치해있었고 고객 휴식공간도 마련돼 있다. 

일반 출장소와 차이가 있다면 창구에 시재(현금)가 없고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고난도금융투자상품 상담과 신규 가입은 인근 모점인 돌곶이 지점으로 안내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월계시영아파트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은 디지털출장소 존치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능한 업무가 제한돼 불편한 경우가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었다.

미륭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는 70대 주민 A씨는 "(디지털출장소에서) 동전교환이 불가능해 멀리 떨어진 우리은행 지점으로 가고 있다"면서 "직원이 2명 정도 있는데 주요 업무는 직원 도움을 받아 디지털기기에서 하라고 해서 노인 입장에서는 불편하다"고 말했다.

인근 놀이터에서 만난 80대 주민 C씨도 "은행에 가면 직원 2명이 있다고 하는데 어렵기도 하고 내가 나이가 많아 자식들이 대신 돈을 인출해주고 있다"면서 "은행에 잘 안가게 된다"고 언급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 주민들은 디지털 출장소 전환 이후에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모바일 뱅킹 또는 ATM 기기로도 기본적인 업무가 가능해 지점 방문을 잘 하지 않는 세대 특성이 반영된 부분이다. 

상가 커피전문점에서 만난 40대 주부 B씨는 "젊은 사람들은 ATM기기만 대부분 사용하니까 디지털출장소로 바뀌었더라도 큰 불편은 느끼지 못한다"면서 "다만 어르신들은 출장소로 바뀌고 불편해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월계동지점을 디지털 출장소로 시범 운영하고 있는 은행 측도 비대면 금융 강화로 내점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디지털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점포 운영 방식에도 고민이 있다. 다만 대면과 비대면을 아우를 수 있는 형태의 점포 확장은 적극적으로 고려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오프라인 영업점에 익숙한 고객, 특히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의 이용편의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점포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기기 활용도가 도입 초기에 비해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영업점과 디지털 금융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로 범위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 디지털 출장소는 은행과 지역주민들이 한 걸음씩 양보한 결과물이라 어쩔 수 없는 불편함과 한계는 존재한다. 하지만 은행들이 앞으로 점포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고민해야 할 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