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 의무 비중을 준수해야하는 인터넷전문은행보다 서민금융상품 공급액이 더 많았다. 다만 공급액이 많은 만큼 연체율도 높아 리스크 관리는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 28일 은행연합회가 발간한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새희망홀씨 △햇살론15 △햇살론 유스 △햇살론뱅크 등 4개 서민금융상품을 가장 많이 취급한 은행은 신한은행(행장 정상혁)이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920억 원 규모를 취급했다. 세부적으로 △새희망홀씨 5150억 원 △햇살론15 3149억 원 △햇살론 유스 1594억 원 △햇살론뱅크 27억 원 등을 공급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금리와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 줄수 있는 서민금융 상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청년 고객을 위한 햇살론 유스 상품도 지원해 청년 고객들의 금융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전북은행이다. 지난해 전북은행의 사회책임금융 규모는 8273억 원으로 신한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지방은행 중 자산규모가 가장 큰 부산은행(1840억 원)보다 4배 이상 더 많았고 하나은행(6925억 원), KB국민은행(5401억 원) 등 대형 시중은행보다 2000~3000억 원 이상 더 취급했다.
특히 전북은행은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예대금리차가 5.95%포인트를 기록하며 국내 은행 중 가장 높다. 예금금리 대비 대출금리가 높다는 것으로 전북은행은 높은 예대금리차 때문에 '과도한 이자이익을 수취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 때마다 전북은행은 "정책서민금융 상품 취급액이 많은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해왔다.
대표적인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뱅크의 경우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전북은행의 취급건수가 8528건, 취급액은 599억 6000만 원으로 전체 금융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20% 가량이다. 햇살론뱅크는 저소득 및 저신용자 지원 상품으로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하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에 선보인 정책금융상품 '최저신용자 특례보증대출'도 1금융권에서는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단 2곳만 취급하고 있다.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상품에서 전북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이다.
국내 은행들이 취급을 잘하지 않는 외국인 대출도 전북은행은 적극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초 비전문취업(E-9) 비자 외국인 근로자 대상 신용대출과 대환대출 서비스를 취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전북은행이 금융소외계층이 찾는 서민금융상품을 지속 취급하기 위해서는 건전성 관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북은행의 연체율은 1.56%로 전 분기 대비 47bp 상승했는데 특히 가계신용부문 연체율은 2.18%에 달한다.
실제로 전북은행의 가계신용대출부문 연체액의 절반 이상은 햇살론과 같은 서민금융지원상품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같은 기간 전북은행의 연체율은 금융지주 관계사인 광주은행(0.67%)보다 2배 이상, 대형 시중은행(0.25~0.30%)보다 5배 이상 더 높았다.
JB금융 측은 "연체율 개선을 위해 가계신용대출 부문에서 필터링 강화 및 한도감액과 비대면 수익성 및 건전성 예측모형 고도화 등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두 은행을 제외한 상위권에는 대형 시중은행들이 이름을 올렸다. 기업은행(행장 김성태)이 7941억 원으로 3위, 하나은행(행장 이승열)과 농협은행(행장 이석용)이 각각 6925억 원, 5673억 원을 취급했고 5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행장 조병규)이 4159억 원으로 가장 적었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는 토스뱅크(대표 이은미)가 지난해 2073억 원을 공급하며 가장 많은 공급액을 기록했다. 토스뱅크 측은 "서민 금융생활 안정이라는 취지에 공감하고 저소득자, 저신용자들이 제1금융권으로 도약 및 안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햇살론을 적극적으로 공급했다"고 밝혔다.
전체 은행 중에서는 한국산업은행(회장 강석훈)과 한국수출입은행(행장 윤희성), 한국씨티은행(행장 유명순), 케이뱅크(행장 최우형) 등 4개 은행은 지난해 서민금융상품 공급이 없었다. 다만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국책은행이면서 기업금융 위주이고 한국씨티은행은 소매금융부문이 철수한 상황이다.
케이뱅크의 경우 사잇돌 대출을 취급하고 중저신용자 확대, 각종 수수료 면제 등으로 서민금융 부문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평점 하위 20% 취약차주 대상 최대 100만 원 생계자금 대출 지원,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개인회생 성실 상환자 대상 저금리 대출 등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사회책임금융 취급액 공시가 은행들의 서금원 출연 금액과 다른 서민금융상품 취급액도 포함하고 은행별 입지조건에 따라 서민금융상품 수요가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서금원에 출연한 재원을 바탕으로 나온 서민금융상품 취급액이 사회책임금융 실적에 반영되는 것으로 각 은행들의 입지조건, 영업 성과 등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 "취급액이 많은 은행들을 칭찬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단순히 취급액 실적이 적다고 서민금융에 무관심하다고도 보기엔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