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같이 녹색병, 360ml 용량에 한국어 라벨까지, 한 눈에 봐도 우리나라 소주 제품과 같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맨 윗 두줄에 하이트진로의 ‘진로 이즈 백’과 ‘참이슬’, ‘자몽에이슬’ 등 과일소주가 진열돼 있었다. 앞쪽에는 독립매대까지 따로 마련됐다.
후지마트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주로 젊은 사람들이 진로 과일 소주를 찾는다. 도수가 높지 않다 보니 가볍게 즐기려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2016년 소주 세계화 선포 후 베트남 등지에 과일 소주로 현지 시장에 진입했다. 이때 소주의 기본 원천인 녹색병을 고수하면서 ‘SOJU(소주)=JINRO(진로)라는 공식을 구축했다. 이후 소주 판매량이 급증하자 이곳에는 진로(JINRO)와 동일한 녹색병, 용량, 한글 라벨을 고수한 제품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글로벌 주류기업인 ‘스미노프’, ‘타이거맥주’에서도 녹색병의 소주를 출시하는 등 현재 27개 이상 브랜드에서 170개 이상의 제품이 '소주(SOJU)' 카테고리에서 경쟁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제품은 현재 베트남 전역 9000여개 마트 중 90%에 입점돼 있다. 이곳 마트에서만 진로 소주는 한 달에 15상자(약 450병)씩 판매된다고. 제품 가격은 6만5000동(약 3500원). 베트남 최저시급이 한화로 1000원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프리미엄 주류임에도 반응이 나쁘지 않다.
진로 소주는 현재 베트남에 문을 연 후지마트 11개 지점에 모두 입점돼 있으며 향후 50개점까지 확대될 예정이라 판매량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 내 하이트진로의 소주 판매는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31%의 성장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베트남은 매년 체인형 대형마트, 편의점이 증가하는 추세다. 신규 매장 오픈 시 ‘진로(JINRO)’를 주류 매대 중 가장 좋은 자리에 위치할 수 있도록 협의한다. 기존 판매 매장에서도 소비자 동선을 고려한 독립매대, 엔드매대 등을 선점하는 활동이 늘 치열하다”고 말했다.
◆ ‘편하게 한 잔, 한 잔 후 가깝게’...마트서 접하고 바에서 소비
하이트진로는 소주의 세계화 전략으로 대형마트 같은 가정 채널을 우선 공략했고 이제 유흥 채널확대에 나섰다. 전략은 이미 조금씩 효과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맥주거리'에서 만난 레티튀항(Le Thi Thuy Hang, 22세)씨는 마트 시음행사에서 처음 진로 소주를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피크닉에 갈 때 가져가기도 하고 요쿠르트 등 다른 음료와 섞어 마시는 등 다양한 장소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진로를 즐긴다고. 베트남 음식보다는 튀김류, 주로 바비큐와 함께 곁들인다고도 전했다.
레티튀항 씨처럼 맥주거리에 들어서자 진로 소주를 즐기는 베트남 MZ세대를 찾는 게 어렵지 않았다. 물론 아직 대부분은 주로 맥주를 즐기고 있었지만 호객하는 가게마다 메뉴판에는 진로 소주가 빠지지 않았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이곳 78개 식당 중 약 64개 점포(82%)에 진로 소주가 입점돼 있다.
맥주거리에서 진로 소주 가격은 평균 15만 동(8100원)으로 우리나라 보다도 비싸다. 맥주 가격대가 3만 동(1600원)~8만 동(4300원)인 것과 비교하면 최대 5배 가격이 높다. 일부 위스키류에 비해서도 가격이 비싸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고하게 자리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는 "최종적으로는 베트남 소비자들도 한국인들이 즐기는 음주 방식으로 한식, 현지식과 음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