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에 거주하는 권 모(여)씨는 부모님 명의로 렌탈한 코웨이 정수기 두 대를 주소만 부모님과 자신의 자택으로 각각 달리해 이용해왔다. 2년 후 권 씨는 이사를 가게 돼 정수기를 이전 설치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수기 두 대의 주소지가 모두 권 씨의 집으로 변경되면서 부모님 자택으로 1년 간 필터가 배송되지 않아 필터관리를 하지 못한 채 정수기를 이용했다. 본사에 항의해 렌탈료를 일부 환불받고 주소 변경을 했으나 이후에도 필터 배송은 이뤄지지 않았다. 권 씨는 "변경된 주소지를 업체에서 또 잘못 입력했던 것"이라며 "업체에서 명확히 확인했다면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 대구에 사는 황 모(여)씨는 청호나이스 비데를 렌탈해 이용하던 중 이사가게 돼 업체에 변경된 주소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비데 필터는 기존 주소지로 계속 배송됐다. 황 씨가 고객센터에 연락해 다시 회수해갈 것을 청했으나 필터가 그 장소에 없다며 오히려 책임을 물었다고. 황 씨는 "업체에서 변경된 주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생긴 일인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을 이용자가 직접 관리하는 '자가관리형' 렌탈가전에서 필터 같은 소모품이 교체 주기에 맞춰 제때 배송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사 등으로 주소지 변경을 요청할 때 누락되면서 다른 곳으로 잘못 배송되는 일도 문제로 제기됐다.
통상 렌탈업체들이 취급하는 품목 중 자가관리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수준으로 크지 않고, 방문관리형과 달리 전담해서 관리해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이같은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국내 렌탈업체들은 소모품의 배송 지연 문제는 흔한 일이 아니며 피해 발생시 렌탈료 할인 등 보상을 제안한다고 해명했다. 또 가입자가 이사 등으로 주소가 변경된 사실을 알리지 않아 배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사전에 업체에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6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는 렌탈업체에서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등 셀프 관리형 제품을 구매했다가 필터 같은 소모품을 제때 배송 받지 못해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필터가 교체 주기에 이르렀지만 재고 부족, 회사 내부 사정, 변경된 주소 미반영 등을 이유로 배송이 길게는 몇 달간 지연됐다는 내용이다. 업체에서는 배송했다고 하나 소비자는 받지 못해 갈등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불만이 제기된 업체는 LG전자와 코웨이, SK매직, 쿠쿠, 청호나이스 등 대부분 렌탈가전사가 해당된다.
정수기 필터는 종류별로 2~12개월씩 교체 주기가 다양한 소모품이다. 정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해주지 않을 경우 제품 성능 저하는 물론 이물질이나 박테리아 등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소비자들은 필터를 정기적으로 배송 받을 수 있어 셀프 관리형 제품을 구매했는데 배송이 지연된다면 구매 이유가 퇴색된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필터 교체 및 AS지연이 처음 발생할 경우 지연 기간만큼 렌탈 요금을 감액 받을 수 있다. 2회 이상 재발하면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소비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필터 교체 및 AS가 지연된 경우에만 위약금 없는 계약 해지가 제한된다.
렌탈업체들은 필터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코웨이와 SK매직, 교원웰스 등은 국내에서 필터를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렌탈 계정에 따른 필터 수요 관리가 어렵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필터 배송 지연 소비자 불만이 다수 제기된 쿠쿠는 “추석 명절 물류 대란 당시 일부 건에 대해 배송이 늦은 사례를 확인했으며 지연 확인 시 즉시 배송 처리하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지연 발생은 거의 없고, 발견 시에는 즉시 상황에 맞춰 조치한다”고 말했다.
복수의 렌탈업체 관계자도 “자가관리 고객에게 배송되는 소모품은 특정한 날에 배송되는 게 아닌 월 단위 교체 주기로 배송되기 때문에 통상 기간 내 소모품 배송이 완료된다”면서 “업체별로 필터 배송일과 주소 변경 여부를 사전에 안내 및 확인하고 있고 적기에 배송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렌탈업체들은 회사 과실로 필터 배송이 지연되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지연된 기간만큼 렌탈료 할인 등 보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