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은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와의 순이익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형 금융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개선이라는 과제도 풀어야 한다. 강태영 신임 은행장은 '금융, 품격을 담다'라는 경영목표를 제시하며 원리원칙을 재정립해 미래금융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1조6561억 원을 기록하며 3분기 누적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경쟁사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4위인 우리은행과의 순이익 격차는 지난해 3분기 8683억 원으로 직전년도 격차(6846억 원)보다 더 벌어졌다. 정부 규제로 가계대출 확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기업대출 비중이 경쟁사 대비 낮은 농협은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자이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5조77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하는데 그쳤고 순이자마진(NIM)도 같은 기간 1.82%에서 1.77%로 0.05%포인트 하락하며 수익성이 낮아졌다.
잇단 내부통제 부실 문제도 시끄러웠다. 지난해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6건으로 규모는 450억 원에 이른다.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큰 액수다.
낮은 수익성과 내부통제 문제 속에서 취임한 강태영 신임 은행장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경쟁력과 내부통제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강 행장은 농협은행 서울강북사업부장과 DT부문 부행장, NH농협캐피탈 지원총괄 부사장 등을 거쳤다. DT부문 부행장 재임 시 농협금융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하며 지주회장과 함께 뱅킹 앱을 그룹 슈퍼플랫폼으로 전환하는데 앞장선 디지털 전문가라는 평이다.
올해 농협은행의 주요 경영전략 중 하나가 디지털 혁신이다. 비대면·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고객 접점을 반영한 새로운 고객 전략을 제시하고 오픈이노베이션, 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업무 자동화로 효율성과 혁신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올해의 계획이다.
새해 들어 대출의 빗장도 풀고 있다. NH직장인대출V·올원 직장인대출·올원 마이너스대출·NH씬파일러대출)의 비대면 신용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10일부터는 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갈아타기 취급도 다시 한다. 당국이 은행권에 부여한 연간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풀리면서 대출 여력이 생긴 덕으로 6개월 만의 재개다. 대면 상품의 모기지 보험(MCI·MCG)도 다시 취급한다.
스마트팜(스마트 농장)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토큰증권을 직접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 중 유일하게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을 구축한 만큼 플랫폼 이용과 계좌관리 서비스 이용 수수료 등으로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다.
글로벌 사업 혁신도 꾀하고 있다. 최근 영국 런던에 있는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기 위한 최종 신청서를 현지 당국에 제출했다. 농협은행은 2021년 런던 사무소 개설한 후 지점 전환 계획에 맞춰 주재원을 4명까지 늘렸다. 현재 미국, 중국, 호주 등 8개국 법인 2곳과 지점 6곳을 운영 중인데 동남아시아 등에 추가 진출해 올해 11개국 14개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강 행장은 우선 과제로 내부통제 쇄신 방안 강구를 꼽기도 했다. 실제 취임 첫 행보로 금융사고 예방 실천 서약식을 진행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에 본격 나서는 모습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내부통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준법감시인력을 122명으로 기존보다 2배 확충한다.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른 통제체계를 재설계한다는 방침이다. NH윤리인증제도도 도입해 임직원의 내부통제 전문성을 강화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횡령, 배임 등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개선책을 많이 선보일 것”이라면서 “새 은행장이 다년간 여신관련 업무를 수행했고 인사부와 종합기획부 등의 근무 경력을 갖춘 육각형 인재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