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지난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경영권을 7조2000억 원에 인수한 이후 매각한 알짜 점포들이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매각한 점포수만 16개에 달한다. 현재 매출 1위인 부천상동점도 7월 폐점을 앞뒀다.
MBK는 14개 점포의 땅과 건물을 매각 후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2020년까지 1조8640억 원의 돈을 마련했다고 한다. 재임차로 홈플러스가 낸 임대료만 8000억 원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핵심 점포 매각에 수익성이 떨어진데다 성장세가 가파른 온라인 업체들에 밀리며 부채비율이 3200%(2023년 회계연도)까지 치솟았다. MBK가 인수 시 5조 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 받은 것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
홈플러스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3년 연속 적자를 내며 좀비기업으로도 전락했다. 최근에는 동수원·서울 금천·서울 영등포·부산 센텀시티 등 4개 점포가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일까지 생겼다.
결국 신용등급이 하락했고 MBK는 곧장 법원으로 달려가 홈플러스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MBK는 홈플러스 투자금을 이미 대부분 회수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지방 저수익 매장 등 수익성이 낮은 지점을 폐지하고, 경쟁사인 이마트처럼 PB상품 및 온라인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 보는 의견이 나온다. 롯데마트처럼 자산 재평가 후 일부만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부채비율을 낮춰 금융권과 협상을 통해 부채 구조를 조정하는 길도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라 사모펀드의 ‘먹튀’ 자본 폐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MBK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직전 CP와 전자단기사채를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해 사기 행위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MBK가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 원금 변제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 사실상 거짓말이라고 작심발언하기도 했다.
이제 홈플러스 사태는 수습의 시간이 됐지만 MBK가 적대적 M&A에 나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아직까지는 예방이 가능한 시간이다.
MBK가 고려아연 인수 후 홈플러스 때와 마찬가지로 자금회수 본능을 발휘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우려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돈 되는 사업부 매각 등 투자금 회수에 오히려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운명을 가를 주주총회는 29일 열린다. 고려아연 측은 8명, MBK·영풍 측은 17명의 후보를 추천해 경영권을 잡으려 한다.
현재 영풍 장 씨 일가와 MBK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약 41%다. 고려아연 최 씨 일가는 약 34%를 보유했다.
결국 주총 승패는 4.51%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과 15% 지분을 지닌 소액주주들의 손에 달렸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대체로 MBK·영풍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MBK·영풍 측 후보에 대해 일부 찬성을 권고한 반면 고려아연 측 후보에 대해선 전원 반대 입장을 냈다.
고려아연 현 이사회의 거버넌스 문제를 지적하면서 영풍‧MBK 측 이사가 진입해 견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심지어 국내 3대 의결권 자문사 중 2곳인 ESG기준원과 서스틴베스트는 각각 6명, 7명의 MBK·영풍 측 인원에 찬성을 권고하고 있다. 글로벌 자문사보다 2명 더 많다. ESG연구소만 고려아연 측 후보의 전원 찬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가치 판단은 오직 기업 지배구조나 주주가치 뿐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같은 권고를 한 게 한편 이해가 된다. ‘주주가치를 되살 리겠다’는 MBK 측의 입장도 반가운 말로 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MBK에 인수된 뒤 망가진 홈플러스, 영화엔지니어링, 네파 등의 사례를 보고도 영풍‧MBK 측의 손을 들어준 것에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는 단순 주주 이익만 봐서는 안 된다. 국익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법정관리로 예상되는 1조 원 이상의 상환전환우선주 투자손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국가기간산업체인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기술을 갖고 있다. 자칫 사모펀드 손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면 국가적인 손해다. 해외자본 특히 중국자본에 회사 경영권이 넘어가 핵심자산과 기술이 유출될 경우 피해규모는 더욱 막대해질 수밖에 없다. 한미 양국이 구축한 핵심광물 공급망이 훼손될 수 있다는 미국 트럼프 정부 측근 인사들의 우려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