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판매수수료 개편 시 소비자의 계약 만족도가 상승하며 보험계약 유지율이 향상될 것이라는 입장이나 보험업계는 개편 전 함께 적극적인 논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반발했다.
31일 오후에 열린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방향 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은 △판매수수료 분급 확대 △사업비 부과목적에 맞는 판매수수료 집행 △GA와 설계사 간 1200%룰 확대 적용 △적정 사업비 부과·관리체계 구축 △판매수수료 정보 공개 확대를 내세웠다.
현재 보험업계는 GA 규모가 확대되고 IFRS17 시행으로 인해 사업비 집행 부담이 감소돼 신계약 유치 및 사업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선지급 판매 수수료가 급증하고 부당승환과 잦은 설계사의 이직 또한 보험계약 유지율이 저하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GA 소속 설계사들에겐 1200%룰이 미적용되고 있기에 고액의 정착지원금이 지급되며 설계사 이직과 승환계약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과도한 판매수수료는 보험료 인상을 유발하며 보험사 건전성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불건전 영업 행태를 지적하며 현행 판매수수료 체계의 개편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판매수수료 분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판매채널의 계약 유지·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수수료를 매월 분할 지급한다. 기존에는 1~2년간 선지급으로 수수료가 지급돼 설계사들이 계약을 중장기적으로 유지·관리할 유인이 적었다. 그러나 3~7년간 분할 지급하면 보험계약의 장기적 유지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비 부과 목적에 맞는 판매수수료를 집행한다. 계약관리비용을 과다책정해 수수료 재원으로 활용하지 않도록 보장성보험의 선지급 수수료는 개별상품에 부과된 계약체결비용 내에서 집행되도록 개선한다. 중장기적으로 계약 유지·관리율을 높이게 되면 소득 보전이 가능하고 소득 안정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GA와 소속 설계사 간 1200%룰 확대를 적용한다. 기존 1200%룰은 보험사가 전속설계사와 GA에 지급 시에만 반영됐다. 그러나 확대가 적용된다면 정착지원금(계약금)도 1200%룰 한도에 포함된다. 다만 GA의 경우 판매수수료에서 운영비용을 충당하는 점을 고려해 일정한도는 1200%룰 적용을 제외할 예정이다.
판매수수료 관련 정보공개 강화도 추진된다. 소비자가 상품의 판매수수료를 알고 계약하고 높은 수수료 상품 판매 위주의 영업 관행을 개선하고자 판매수수료 정보 공개를 확대한다. 보험가입 권유 시 해당 상품의 수수료율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수수료 안내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판매채널·상품군별로 상세 수수료율 정보를 공시한다.
소비자단체들도 금융당국이 제시한 안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GA업계의 고액 판매수수료 지급으로 인한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던 점을 고려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소비자에게 정상적인 보험 판매를 하기 위해선 사업비가 발생하는 대로 지급하는 장기적인 분급이 타당하다"며 "조기분급은 영업정책 드라이브에 산물이라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조기지급에 대한 걸 미루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고 답했다.
반면 보험업계는 당국의 판매수수료 개편안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생·손보업계는 판매수수료 공개에 따른 부작용과 1200%룰 적용으로 인한 판매 채널의 수수료 총량 축소 등 합리적인 규제 체계에 대해 당국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편은 수수료 총량이 직간접적으로 제한돼 비모집 인력에 대한 비용이 수수료 등에 포함되면 판매 채널의 수수료 총량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또한 1200%룰 도입 당시 인지하기 힘들었던 부분을 보완해 합리적인 규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표했다.
김용태 GA협회장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판매수수료 개편안은 매우 신중하고 사려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하게 주장하며 힘을 실었다.
김 회장은 "수수료 개편은 분명한 법령에 근거해 추진돼야 한다"라며 "판매수수료 공개가 현실화된다면 보험계약 현장에서 고객의 관심사는 계약의 타당성보단 설계사의 수수료 정보에 관심이 쏠려 이해관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수료 분급 시행 시 손실분에 대한 보전장치와 제도 적응을 위한 완충장치가 없다면 보험설계사 대부분 설계사를 포기해 시장이 붕괴되고 말 것"이라며 "서민경제 일자리 관점에서 수수료 분급 정책을 현실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GA 업계 관계자는 "GA업계에만 수수료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타 금융업권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GA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정책 추진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충분한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