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동복 바지, 몇 시간만에 보풀 생겨...하자?=충남 천안에 사는 이 모(여)씨는 캐주얼 의류 매장에서 구입한 아동복 품질에 불만을 제기했다. 자녀가 등교하며 처음 입었는데 집에 와보니 엉덩이 부분에 보풀이 심하게 생긴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매장에 옷을 가져가볼 생각"이라며 "이제껏 옷을 많이 입혀봤지만 보풀이 이 정도로 발생한 건 처음 본다"고 기막혀했다.

◆ 캐시미어 100% 아닌가...보풀 심해 외출할 땐 못 입어=경기도에 사는 윤 모(여)씨는 홈쇼핑에서 캐시미어 100%인 니트를 구매했으나 보풀 때문에 더는 입지 못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윤 씨는 "이제껏 다섯 번밖에 입지 않았지만 보풀이 너무 심하게 생긴다. 외출하기 창피할 정도"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 새 코트 처음 입고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보풀 범벅=서울에 사는 김 모(여)씨는 SPA 브랜드에서 산 코트를 입고 외출했다가 돌아와보니 보풀이 생겼더라며 품질 의혹을 제기했다. 코트 팔 안쪽, 배 부분에 보풀이 새 옷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보풀이 올라와 있었다. 김 씨는 "마찰이 생기는 쪽에 보풀이 날 순 있으나 한 번 입고 이 정도면 제품 자체의 문제가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 이름 있는 의류도 하루 입고 보풀 투성이~=대구 남구에 사는 한 모(여)씨는 골프웨어 브랜드에서 구매한 니트 가디건이 불량이라고 지적했다. 한 씨에 따르면 하루 잠깐 입었을 뿐인데 보풀이 심하게 생겼다고. 한 씨는 "그리 저렴한 옷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꼬집었다.

새로 산 의류에서 발생한 보풀을 두고 소비자와 업체 간 책임 공방이 끊이질 않는다.
소비자들은 짧은 착용 시간에도 보풀이 피는 것은 원단 불량이라고 주장하지만 업체 측은 생활 마찰로 인한 현상이어서 하자로 볼 수 없다고 맞서 갈등을 빚는다.
이 경우 제조사나 제3기관을 통한 심의를 거치기도 하나 대부분 관능검사에 그쳐 갈등 해소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9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올해 1~3월 동안 의류 보풀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는 30여명에 달한다. 사흘에 한 번꼴로 민원이 발생한 셈이다. 대부분 새로 구매한 제품을 처음 착용한 뒤 보풀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착용 횟수가 적은데도 보풀이 생겨 품질 의혹을 제기하거나 착용 전 세탁 후 보풀로 뒤덮였다는 내용도 있다.
소비자들은 제조사가 '생활 마찰'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들어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떠넘긴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제조사를 통해 심의를 진행해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주장도 여럿이었다.
보풀 문제로 인한 소비자와의 갈등은 나이키, 아디다스, 뮬라웨어, 노스페이스, 까스텔바작, 파리게이츠, PXG, 자라, 미쏘 등 운동복부터 골프웨어, SPA까지 대다수 의류 브랜드가 자유롭지 않은 문제다.
◆ 의류 심의, 관능검사만으론 원인 파악 한계
의류업체들은 제품 불량으로 판단되면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 다만 그 전에 심의를 거쳐 제품이 불량임을 판단 받는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의류 보풀 문제를 제기하면 제조사에서 자체 심사 기준에 따라 원인을 규명한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는 객관성이 부족하다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심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제3의 심의기관에 추가 심사를 의뢰한다.
의류 심의를 진행하는 제3기관 중 한 곳인 한국소비자연맹은 육안 검사와 보풀이 발생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마찰 실험을 진행한다. 의류 단위면적당 일정 수 이상 보풀이 발생하면 하자로 인정된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심의 과정에서 소재 특성과 마찰 정도를 고려해 테스트 여부를 결정한다. 하자가 의심 되는 경우 제품 손상을 감수하고라도 마찰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의류에서 문제가 발견돼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우선 제품 상태를 기록하는 것이 이후 피해 구제 절차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