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행장 정진완)과 신한은행(행장 정상혁)은 지난해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20개 이상 감축한 효과에 힘입어 점포당 생산성이 전년에 비해 각각 11.6%, 8.4%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21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대 은행의 점포당 생산성은 평균 1조129억 원으로 전년 동기(9536억 원) 대비 6.2% 증가했다. 점포당 생산성은 은행 점포 1곳 당 예수금+대출금을 의미한다.

다만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점포 수가 5곳(지점 1곳, 출장소 4곳) 순증가했음에도 점포당 생산성도 656억 원(5.4%) 증가하며 개선된 모습이다.

6대 은행 중에 점포당 생산성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점포당 생산성이 1조7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21억 원(11.6%) 증가하며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신한은행도 888억 원(8.4%) 성장하며 뒤를 이었다. 두 은행이 지난해 점포를 20여 곳 이상 줄인 점을 고려할 때 생산성 개선 요인 중 하나로 점포 축소를 들 수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신한은행은 같은 건물에 있는 리테일 점포와 기업금융 점포를 하나로 합치면서 점포가 줄었고 우리은행은 점포 자체를 줄였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리테일과 기업금융 점포를 별도로 운영했지만 효율적 서비스 제공을 이유로 25곳을 통폐합했다. 우리은행은 여의도와 용산 등 서울권에서만 점포 24곳을 줄였다.
반면 NH농협은행(행장 강태영)은 점포를 전년 대비 37곳 줄이며 점포 감소폭이 가장 컸지만 점포당 생산성은 같은 기간 174억 원(2.6%) 늘어나는데 그쳤다.
예수금과 대출금이 가장 적고 점포수는 가장 많은 농협은행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농협은행은 작년 말 기준 점포수가 1064곳으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지만 여전히 국내 은행 중에서 가장 넓은 점포망을 유지하고 있다. 점포가 두 번째로 많은 국민은행보다 266곳 더 많다.
한편 올해 국내 은행들의 점포당 생산성 개선이 가능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생산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점포를 줄이거나 자산을 크게 늘려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녹록치 않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가계부채 증가폭을 명목 GDP 성장률 이내로 관리할 것을 천명했고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도 본격 시행되는 등 은행권 대출 조이기 수준도 강화돼 은행들의 자산 증가율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점포 통폐합 역시 금융당국이 올해 자율규약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은행 점포 폐쇄 공동절차' 개선 작업을 추진하는 등 점포 줄이기에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용이 아닌 수익 관점에서 점포 역할을 재조명할 장기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은행권이 AI 점포 등 특화점포를 운영할 수 있게 규제 샌드박스 등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