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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승계 현주소①] GC, 허은철·용준 형제경영 체제 안착...허일섭 회장 일가 승계율은 11%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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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승계 현주소①] GC, 허은철·용준 형제경영 체제 안착...허일섭 회장 일가 승계율은 11% 그쳐
  • 정현철 기자 jhc@csnews.co.kr
  • 승인 2025.06.12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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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와 보수적 경영문화를 지닌 국내 제약업계 경영권 승계는 오너 일가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제약기업 회장의 자녀, 손자들이 경영 일선에 나서거나 계열사 등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승계 상황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9년 말부터 2025년까지 최근 5년 사이 주요 제약기업 지분 승계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분석하고, 각 사 승계 이슈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GC그룹은 2010년대 중반부터 고(故) 허영섭 선대회장의 자녀들이 그룹 핵심 사업을 이끌고 있다. 차남 허은철 대표는 2015년 1월부터 GC녹십자를 맡고 있고 삼남 허용준 대표는 2017년 3월부터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를 허일섭 GC 회장과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다만 후계 구도는 명확하지 않다. 이들이 가진 녹십자홀딩스 지분 합은 5.6%에 불과하다. 허일섭 회장 직계 지분 합은 14.3%로, 특수관계인으로 있는 친인척 지분 8.9%와 공익재단 3곳의 15.2% 향방에 따라 경영 체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GC그룹 창업 3세인 허은철·허용준 형제는 한일시멘트 창업주 고(故) 허채경 회장의 차남 허영섭 선대회장의 아들이다. 창업주 5남인 허일섭 회장은 장남 허진성, 장녀 허진영, 차남 허진훈 등 2남 1녀를 두고 있다.

허 회장의 자녀 승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11.1%로 높지 않다. 다만 장·차남이 경영관리실이나 글로벌사업 부서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어 지분 변화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허 회장 장남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본부장은 지난해 11월 전무로 승진했다. 담당 업무도 기존 전략기획에서 그룹 재무 전반을 총괄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게 됐다. 차남인 허진훈 팀장은 최근 글로벌사업본부 내 알리글로 사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진성 본부장의 녹십자홀딩스 보유 지분은 올해 3월 말 기준 0.77%로 2019년 말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허진훈 팀장은 0.72%로 같은 기간 0.1%포인트 올랐다.
허은철·용준 형제의 지분 승계는 선대 회장 타계 이후 사실상 마무리됐다. 2013년 초 선대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주사 지분 12.5% 중 배우자와 형제들에게 각 1.2%가량씩 증여됐고, 나머지 지분은 목암연구소 등 공익재단에 출연됐다.

올해 3월 말 녹십자홀딩스 지분율은 허은철 대표가 2.63%로 2019년 말 대비 0.07%포인트, 허용준 대표가 2.91%로 0.2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허일섭 회장 직계 승계율은 11.1%로 1.1%포인트 올랐다. 승계율은 회장 직계일가의 그룹 상장사 지배지분 가치를 2019년 말과 2025년 3월말 종가 기준으로 집계했다.

허일섭 회장 직계의 녹십자홀딩스 지분율은 14.3%로 형제 지분율보다 약 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다만 선대회장이 목암연구소 등 공익재단 3곳에 사재를 출연한 만큼, 이들 재단이 보유한 지분 약 15%는 형제 측의 우호 지분으로 평가되고 있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왼쪽),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왼쪽),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
GC그룹은 형제 체제 이후 ‘글로벌 사업’을 강조하고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북미 시장 진출에 역량을 집중했다.

2016년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조순태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이후 허은철 대표는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면역글로불린제제 미국 허가 신청 등 의미 있는 결실을 맺어 새로운 도약 가능성을 높였다. 북미 시장 진입 위해 녹십자 임직원 모두 총력을 집결할 것”이라고 말하며 알리글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목표로 정조준했다.

이후 FDA로부터 2번의 보완 요구를 받았고, 기존 제품에서 농도를 높여 다시 임상을 거쳐 팬데믹 기간 FDA 실사가 미뤄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23년 12월 허가를 얻었다. 이후 지난해 신년사에서 허은철 대표는 임직원들에 “증명의 시간, 모든 과정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준비할 것”을 주문하며 알리글로의 성공적 출시를 다시금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알리글로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분기 혈액제제 매출은 127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3%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3%로 8%포인트 상승했다. GC녹십자는 올해 알리글로 매출 목표를 1억 달러(약 1400억 원)로 설정했다.

이외에도 허은철 대표는 R&D 투자를 강조해왔다. 2018년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R&D를 통한 신규 파이프라인 확충을 혁신의 방안으로 강조했다. 이러한 경영 철학은 5회 연속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탄저 백신 배리트락스주의 국산 39호 신약 허가 등 성과로 나타났다.

허용준 대표는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그룹 전반의 의사결정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에스테틱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제약그룹 화륜에 홍콩 법인 지분 매각, 베트남 현지 검진센터 설립 등을 결정했다. 당시 화륜이나 베트남 페니카 그룹과의 업무 협약식에 허용준 대표가 직접 참석했다. 특히 화륜 그룹과의 업무 협약은 GC녹십자 혈액제제나 GC녹십자웰빙의 필러 수출 계약도 포함됐다.

2021년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개발 기업 유비케어 인수에도 허용준 대표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GC그룹은 총 2088억 원을 투자했는데, 녹십자홀딩스가 지씨케어(구 녹십자헬스케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789억 원을 조달했다.

올해는 지난 2월 계열사 GC녹십자웰빙이 보툴리눔 톡신 제조, 개발사 이니바이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전환사채 발행에 참여해 200억 원을 조달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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