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지배구조와 주주 권한 관련된 정관 규정을 손질하고 있다.
이는 올해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상법 개정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주총회 소집 공고에 따르면 삼성전자(대표 전영현·노태문), 현대자동차(대표 정의선·이동석·무뇨스), 기아(대표 송호성·최준영), SK하이닉스(대표 곽노정), LG전자(대표 류재철), 현대모비스(대표 정의선·이규석), LG화학(대표 신학철), 삼성물산(대표 오세철·정해린·이재언), SK이노베이션(대표 추형욱), 포스코인터내셔널(대표 이계인) 등 매출 상위 10대 기업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제히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주요 변경 내용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사외이사 명칭 변경,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상향 등이다.
이는 주주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1차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며, 2차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담고 있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독립이사 제도와 감사위원 3%룰이 적용되고 9월부터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가 도입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를 사실상 제도 시행 전 마지막 정비 시점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집중투표제 관련 조항 정비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기아, SK하이닉스 등 10개 기업 모두 기존 정관에 포함돼 있던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거나 관련 규정을 손질하는 안건을 올렸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소수 주주의 이사 선임 영향력을 높이는 장치로 평가된다. 기업들은 배제 조항을 정비하면서 향후 집중투표제 의무화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
상법 개정의 핵심인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도 주요 정관 변경 항목으로 등장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정관에 반영했다.
사외이사 제도와 관련한 정비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LG전자, 현대모비스, LG화학, 삼성물산,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은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거나 관련 정관을 정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관 변경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LG전자, 현대모비스, LG화학 등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와 감사위원 선·해임 시 의결권 제한 강화 등 이른바 ‘3% 룰’을 반영하는 내용을 정관에 포함했다.
비대면 주주 참여 확대를 위한 전자주주총회 도입도 주요 흐름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LG전자, 현대모비스, LG화학,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은 전자주주총회 도입 근거를 마련하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주주가 온라인을 통해 주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취지다.
자사주 처분 의무화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제도 시행까지 약 1년 반 가량의 유예기간이 남아 있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차원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기아, SK하이닉스, 현대모비스 등은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계획 승인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상법 개정에 따라 자사주 보유나 처분 시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제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외 삼성물산은 자기주식 소각 안건을 상정했으며 LG전자는 자기주식 소각 승인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렸다. LG화학의 경우 해외 투자펀드가 제기한 주주제안 안건이 함께 상정되며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가 상법 개정 이후 기업 지배구조 변화의 방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 주주 권한 강화 장치가 본격 도입되면서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