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최현숙의 미주알 고주알]롯데윤리강령 '빼빼로' 앞에선…
상태바
[최현숙의 미주알 고주알]롯데윤리강령 '빼빼로' 앞에선…
  • 최현숙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2.28 0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는 소비자 눈속임 영업

농심은 소비자 존중 영업

최근 식품 원자재 가격 상승과 관련해 국내 굴지의 두 식품업체가 보이는 각기 다른 장사방식이다.

# 농심 2월 18일=언론사에 라면값과 스낵류 가격을 100원씩 올린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작년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밀가루등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더 이상 자체 흡수하기 어려워 부득히 가격을 올린다는 소비자를 향한 ‘양해의 말씀’이었다.

농심측은 100원씩 올릴 경우 각 제품별로 인상률이 얼마라며 기사 작성에 편리하도록 ‘계산서’까지 친절하게 곁들였다.

농심측의 가격인상이 도하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보도됐지만 이를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논조는 보이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블로그나 뉴스 댓글에 올린 내용도 “어렵지만 어쩌겠나! 원자재 가격이 올랐으니 같이 감내해야지...”라며 고통분담의 공감대를 나타냈다.

#롯데제과 2월 26일=주력제품중 하나인 빼빼로의 중량을 줄인 사실이 들통났다.

아무도 모르게 청소년들이 즐겨 먹는 빼빼로의 중량을 22%나 줄여 버린 것이다. 누가 알까 봐 포장상자도 크기가 작아 졌다는 식별이 어렵도록 ‘조금’만 줄이고 중량표시도 바탕색과 비슷하게 해 돋보기를 써도 잘 알아보지 못하게 했다.

편법적인 가격인상의 전형적인 수법이었다.빼빼로의 주 소비층은 소득이 없는 청소년과 아동이다. 소위 '코 묻은 돈'을 슬그머니 올려 받다가 들킨 셈이다.  

이에 대한 롯데제과측의 해명도 희한하다. 품목이 너무 많아 일일이 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자가 확인해 봤다. 롯데제과의 품목이 농심보다 많은 것은 맞다.그러나 빼빼로는 연간 매출규모가 500억원에 이르는 대형 브랜드 제품이다. 전국민이 알고 있는 제품이다. 롯데제과는 아예 빼빼로 공식 홈페이지까지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에도 빼빼로에 대해 ‘전국민이 사랑하는~’이라고 소개해 놨다.빼빼로 홈페이지는 매일 관리하면서 용량을 줄인다는 한 마디는 넣을 여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롯데제과와 농심은 같은 회사는 아니지만 형제 기업이다. 롯데제과의 오너인 신격호(84) 롯데그룹 회장과 신춘호(76) 농심 회장은 형제지간이다.

신춘호 회장은 당초 형 신격회 회장이 설립한 롯데제과에서 일하다 라면사업을 일구기 위해 65년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을 설립해 분가했다.

33년이 지난 지금 두 형제간 회사는 이처럼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격호 회장과 현재 경영권을 물려받은 아들 신동빈부회장이 경영하는 회사들의 소비자 불감증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유통업체인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는 경쟁사인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보다 소비자 불만이 월등히 높다. 롯데제과는 용량을 줄이거나 포장을 바꾸는 방법으로 편법으로 가격을 인상해 몇 번이고 물의를 일으켰다.

작년에만 해도 비스킷 제크의 중량을 100g에서 90g으로 줄여 소비자들의 분노를 샀었다 . 롯데샌드도 모양을 네모에서 동그랗게 바꾸면서 중량을 112g에서 80g으로 무려 30%를 줄였다.

이같은 가격 몰래 올리기 작전은 대부분 부지런한 소비자들의 고발로 발각됐다. 소비자들이 용량 줄임이나 가격인상을 소비자고발센터나 인터넷을 통해 폭로하기 때문이다.이같은 소식을 접할 때마다  소비자들은 맹비난했지만 롯데제과는 눈 하나 깜짝 안했다. 오랜 ‘전통’으로 이같은 소비자 펀치 몇 대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낼 맵집을 키운 듯싶다.

작년부터 밀가루 옥수수 대두등 식품가격이 폭등하면서 가공식품의 가격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감대는 어느정도 형성돼 있다.

공감대가 있다는 것은 고통분담의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다.

농심 뿐 아니라 CJ 오뚜기등 식품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양해를 구하기위해 가격인상을 공개한다. 가계물가와 가장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상품들이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만 왜 그같은 과정을 생략하는지 모를 일이다.

‘소비자 불감증’ 혹은 ‘고객 무시’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제과의 윤리경영강령 제1장은 고객편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내용도 상당히 거창하다.

1-1. 고객은 회사존립의 원천이다. 모든 경영활동은 고객의 편에서 생각하고 결정하며 가치를 창출해 고객에 봉사한다.

1-2. 고객에게 정직하고 고객의 의견을 존중하며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1-3. 고객의 사전동의없이 고객의 정보를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

되풀이되는 눈속임 상술과 소비자 무시 마케팅... 고객이 회사존립의 원천이고 고객에게 정직하고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롯데제과 윤리강령의 현주소다.

 

소비자의 의무이며 권리중 하나는 기업에 대한 감시다. 가격 격동기, 기업과 상품에 대한 감시의 눈을 부릅 뜰때다. 롯데제과에 대해서는 더더욱...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