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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건의 세상보기] 두 마리의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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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건의 세상보기] 두 마리의 늑대
  • 오승건 한국소비자원 홍보팀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3.1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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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나무에서 연둣빛이 소녀처럼 걸어 나오는 봄이다. 봄은 빛으로 시작해 시나브로 다가와 꽃잎을 열고, 화사한 율동으로 세상을 흔들 것이다. 봄빛을 빚는 손은 우리가 보지 못할 뿐 분주하게 움직인다.


가계 빚이 수상하다. 2007년 말 가계 대출과 신용카드 등에 의한 외상 구매를 합한 가계 신용잔액이 630조7천억 원으로 2006년 말에 비해 48조7천억 원이 증가했다. 통계청의 추계 가구 수(1641만7천여 가구)를 기준으로 할 경우 한 가구당 빚은 3842만 원 정도다.


여러분의 가계 빚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 평균 가계 빚보다 많은가, 아니면 적은가. 빚이 없으면 봄빛처럼 화사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빚은 빛처럼 퍼지는 속성을 가진다. 한번 빚을 지면 헤어나기가 어렵다. 이자라는 족쇄가 수렁에서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폭등할 때 더 오를 것 같아 은행 빚으로 집을 장만한 사람들 중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많다. 이자는 꼬박꼬박 물고 집값이 내리면 최악이다. 이자를 내더라도 집값이 오르면 그나마 행복하다. 빚을 잘 활용하면 기쁨 두 배지만 판단을 잘못하면 아픔 세 배다. 이자가 가시처럼 찔러댄다.


사람들에게 빚은 저축보다 역사가 깊다. 돈을 쓰는 것부터 먼저 배우는 것이 문제다. 돈을 버는 법을 먼저 배우면 빚보다 저축액이 더 많을 확률이 높다. 습관은 생각보다 훨씬 무섭다. 습관은 평소 뿌린 대로 나타나므로 저축하는 습관을 어려서부터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산다. 저축하는 늑대와 소비하는 늑대가 항상 으르렁거린다. 어느 늑대가 이길까? 평소 먹이를 많이 주는 늑대가 이긴다. 소비하는 늑대가 강성하면 빚을 질 가능성이 높다. 저축하는 늑대가 강성하면 삶이 빛날 가능성이 높다.


저축하는 늑대가 이기게 하려면 평소 먹이를 제대로 주고 잘 보살펴야 한다. 저축하는 늑대를 방치하면 소비하는 늑대에게 잡아먹힌다.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지름신을 물리치는 것도 저축하는 늑대다.


빛나는 신용카드는 소비하는 늑대 성향이다. 돈이 없어도 궁핍하지 않게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게 해준다. 그 대신 이자라는 무서운 수렁이 조용히 다가온다는 것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용카드로 즐기는 현금 서비스나 할부 거래는 마시멜로처럼 달콤하다. 마시멜로를 참지 못하면 빚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신용이 훌륭한 사람의 현금 서비스 수수료율도 15.9%에 이른다. 현금 서비스 취급수수료도 내야 하는데, 이용 금액의 0.45%가 붙는다.


깜빡 잊어 버려 연체라도 하게 되면 연체요율은 28%에 달한다. 은행 1년 정기예금 이율이 6%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빚이 늘어나는 것은 순간이다. 이자에는 이자소득세가 붙으므로 세후수익률은 더 낮다.


마음속의 늑대는 길들이기에 따라 삶이 빛나기도 하고, 빚의 수렁에서 만신창이가 되기도 한다. 건강한 저축형 늑대에게 먹이를 많이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불쑥불쑥 나타나는 소비형 늑대 때문에 삶이 흔들리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지금 여러분은 어느 늑대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가?



* 가죽을 벗겨서 새로운 가죽을 만드는 것이 혁신이라고 하듯이 가죽을 벗겨내는 아픔을 견뎌야 된다. 고통 없이 혁신이 그냥 되는 일은 없다. 그리고 진짜 혁신은 어떤 혁신이냐면 바로 스스로 즐기는 자기 마음의 혁신이다.

- 조서환의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 모티베이터] 145쪽, 책든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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