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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안정적인 MC로 남은 비결을 듣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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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안정적인 MC로 남은 비결을 듣다(인터뷰)
  •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3.1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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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34)은 최고의 MC가 되기에는 외모가 지나치게 평범하다. 하지만 당당하고 능청스러운 돌파력으로 주류 예능무대에서 독자적인 영역까지 구축했다.

절대 가학적인 방식으로 웃음을 유발하지 않고, 시종 겸손함을 유지하며 서민적인 코드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었다.

1994년 문선대 사회자로 데뷔한 이후 대구에서 이벤트 MC로 이름을 날리던 김제동은 2002년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바람잡이 MC로 지상파 방송에 진출한 뒤 1년 만에 예능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외에도 KBS ‘폭소클럽’과 ‘해피투게더’, SBS ‘콜롬버스 대발견’ 과 ‘야심만만’, MBC ‘까치가 울면’ 등의 진행을 맡아 지상파 3사를 누비며 고속성장했다.

이후에도 김제동은 전성기가 끝나기는커녕 자신의 영역을 특화하며 승승장구한다. MBC ‘눈을 떠요’와 ‘산넘고 물건너’, KBS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 소외계층을 위한 공익 오락프로그램에서 김제동을 빼고는 생각할 수가 없게 됐다.

시골 촌부나 할머니, 할아버지는 지금도 김제동이 오기를 기다린다.

김제동은 ‘눈을 떠요’ 진행 당시 자신의 각막기증을 서약하고 꾸준히 기부활동도 계속한다. 그리고 오락프로그램 중의 오락프로그램인 ‘연예가중계’의 MC까지 꿰찬다.

요즘도 ‘스타골든벨’ ‘환상의 짝꿍’ ‘연예가중계’ ‘일밤-간다투어’ 등 4개의 지상파 오락물을 맡아 안정적인 진행을 보여준다.

김제동식 진행의 특징은 풍부한 입담이다. 그의 재담은 폭넓은 독서와 꼼꼼한 신문읽기가 바탕이다.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10년간의 실전경험을 통해 쌓은 충실한 기본기는 똑부러진 개인기 없이도 정상급 예능 MC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김제동이 행사장이나 방송에서 각종 비유와 묘사로 선보인 말은 ‘김제동 어록’으로 엮어져 있다.

그는 명언을 적재적소에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프로포즈하는 법을 배우던 한 남자가 무릎 꿇는 것을 망설이자 “남자가 무릎을 꿇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가진 자만의 특권”이라고 말해 어색함을 없앴다.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는 김제동을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이날도 그는 트레이드마크가 된 점퍼와 청바지, 운동화 차림에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나타났다. 시종 예의 바르고 자기 생각이 뚜렷해 보였다.

-요즘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방송하고 책 읽고 등산한다. 최근에는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었다. 고흐의 프로방스 지방 안내로 ‘아름다움을 소유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인상적이었다(이경규와 함께 진행하는 여행 버라이어티 ‘간다투어’에서 어록이 나온다면 이런 책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쉬는 날이면 등산을 한다. 1주일에 3번 갈 때도 있다. 산속에서 ‘비박’을 하기도 한다. 한국의 100대 명산을 다니고 있다.

그동안 많은 연예인들을 산으로 인도했다. 이효리도 그중 한명이다. 반 정도는 계속 등산을 취미로 삼고 있고 반은 왜 이런 곳을 데리고 왔느냐며 불평을 하더라. 산에 처음 데려가면 등산화와 등산복은 사준다. ”

-MC로서의 철학은.

“홍희인간(弘喜人間)이다. 널리 사람을 기쁘고 웃게 하는 게 절대목표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시절부터 견지해온 생각이다. 이게 내가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이다.”

-인기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특이해서 그런 것 같다. 안 보던 사람이 나와 주목을 끌었던 게 아닐까. 진돗개 100마리 속에 똥개 2, 3마리가 있으면 돋보이듯이. 사실은 방송 출발의 운이 좋았다. 방송 데뷔무대인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폭소클럽’은 15년간의 경험을 지닌 레크리에이션 강사 역할의 연장선상에서 할 수 있었다. MT 가서 사회 보듯이 유머와 화술을 보여줬다. 그래서 방송가에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이도 버틸 수 있었다. 지금도 버라이어티 예능물에는 주눅 드는 체질이다.”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달라.

“‘스타골든벨’은 신세대 가족오락관 분위기다. 스튜디오에서 하는 건 처음이어서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는데, (지)석진이 형이 도와줘 오래 갈 수 있었다. ‘환상의 짝꿍’은 녹화할 때 항상 즐겁다. 잘 안 풀리거나 막힐 때는 (조)혜련 선배에게 마이크를 돌리면 된다. 여기에는 아이가 주는 유쾌함이 있다. 나는 주인(시청자)을 위해 손님(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집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잘 모셔야 한다. 나도 조카가 9명이다. 큰누나가 50세가 넘어 큰조카가 7개월 있으면 아기를 낳기 때문에 곧 할아버지가 된다.”

-어떤 웃음을 주고 싶나.

“밝음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우울하거나 실연당했을 때, 성질날 때, 학교 성적이 떨어졌을 때 공감 가는 웃음을 주고 싶다. 소주 3잔 정도 먹었을 때 웃기는 유머가 내가 추구하는 바다. 큰 웃음도 아니고 거창한 웃음도 아니며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유머도 아니다. 그냥 잔잔한 웃음을 주고 싶다. 혼자 사는 남자는 수돗물에도 손을 베인다고 하지 않던가.”

-인터넷 문화에 대해.

“입에 올리기 부담스러운 주제다. 우리나라가 IT의 연령대별 이용률은 떨어지는 나라로 알고 있다. 인터넷 사용인구의 단 몇퍼센트만이 댓글을 단다. 이들의 글이 마치 사회 전체의 여론인양 호도될 때가 있다. 비판과 비난을 구분해야 한다. 나도 시청자 게시판을 보는데 ‘비판’을 읽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 생각한다.

네티즌들이 연예인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요구할 때가 있다. 남사당패도 무대에 서고 나면 하룻밤을 실컷 놀 수 있게 해줬다. 마녀사냥은 위험하다. 잘못을 한 만큼만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예인도 결국 일반인과 같은 사람이다.”

-안티팬은 없는가.

“왜 없겠는가. 누군가를 싫어하는 이유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겹칠 수 있다. 직장에서 일찍 퇴근하면 좋은 아빠지만 상사 입장에서 보면 나쁜 직장인이 될 수 있다.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

“나는 연기력이 없다. 콩트에서 출발하지 못했다. 개그맨이나 코미디언이 아니다. 신동엽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씨처럼 연기력이 뛰어난 MC와는 다르다. 나는 목표가 개그맨(코미디언)이다. 레크리에이션 무대는 내가 10전10승이지만 방송에서는 내가 이들보다 떨어진다.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체질이다. 하지만 앞으로 유머감각을 키울 계획이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은.

“이경규 선배님, (지)석진이 형, (안)재욱이 형, 고교 동창들이다. 그리고 영원한 나의 동생 (이)승엽이다. 한때는 다섯 누나가 모니터링을 해줬는데 요즘은 객관적이지 못해 잘랐다. 재욱이 형이 냉정하게 나의 진행을 평가해준다.”

-요즘은 좀 달라진 것 같지만 지나치게 겸손한 것은 아닌지.

“‘윤도현의 러브레터’ 때부터 절을 많이 했지만 대학 축제 때는 끝날 때 항상 큰 절을 한다. 고마움의 표현이자 사과의 의미도 있다. 웃기려고 다소 독한 것을 섞을 때가 있다. 무대가 끝날 때는 반드시 이를 풀어준다. 마이크를 놓으면 예의 바른 경상도 청년으로 돌아간다.”

-10년 후에는 무엇을 할 것 같나.

“말로 소통하는 직업을 계속할 것 같다. 사람들이 계속 좋아해준다면 예능 MC의 길을 갈 것이며 강의하는 일도 재미있다.”

김제동은 데뷔후 2년째 되는 해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한다. 가장 잘 나갔을 때다. TV 속의 자신과 집에 있을 때의 자신에 괴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능프로그램을 5년 했는데도 아직 미진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나는 왜 못 웃길까’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일에 대한 자부심만큼은 대단했다. 부족한 자신을 인정하고 항상 공부하며 인간적 매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 김제동이 여전히 예능 MC계의 강자로 남아있는 이유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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