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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의 연예뉴스 프로그램 경쟁이 뜨겁다.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연예뉴스 프로그램은 KBS2 ‘연예가중계’처럼 스타들의 모습과 따끈따끈한 연예가 새소식을 일주일에 한번 전해주는 걸로 충분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온갖 스타들의 정보가 쏟아지면서 지상파 연예뉴스 프로그램은 독점적 지위를 잃었다. 이 틈새를 공략한 것이 심층취재로 무장한 케이블채널의 연예뉴스 프로그램.
이들 프로그램은 최근 1~2년 사이 상승세를 타며 순식간에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자극적인 소재를 선택하고 연예계의 온갖 루머를 음지에서 양지로 양산하는 문제점 역시 안고 있다.
▶지상파,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케이블 연예뉴스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것은 아이템 선정과 생생한 밀착취재가 돋보인다는 점이다. 지상파와 달리 매일 방송한다는 점도 장점. tvN은 연예오락채널답게 9시에 김진표와 안혜경이 진행하는 연예뉴스 ‘Enews’를 한다. tvN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Enews’는 지난해 1월만 해도 20대 여성 시청점유율에서 KBS 9시 뉴스와 무려 15배 차이를 보였으나 10월과 11월에 들어서는 각각 2.72%와 2.83%를 기록, 5배 차이로 격차를 좁혔다.
케이블TV의 연예뉴스 프로그램이 약진하자 지상파가 오히려 이들 방송의 이슈를 뒤쫓는 모습도 보인다. 화제가 됐던 곽진영의 성형 부작용, 트위스트 김의 근황 등은 활동이 뜸해진 스타의 근황을 소개하는 ‘Enews 신상정보유출사건’에서 다룬 것이다. 이들의 사연은 tvN 방송 이후 지상파 연예프로그램에 그대로 소개되었다. 아이템 선정과 코너 기획력 면에서 그야말로 케이블이 지상파보다 한 수위다.
요즘 케이블TV는 저마다 연예뉴스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 tvN ‘Enews’, ETN의 ‘EN.U’, Mnet의 ‘Wide 연예뉴스’ 등은 케이블 연예뉴스프로그램 1인자의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봄개편을 단행한 YTN스타 역시 연예뉴스에 신경을 많이 썼다. YTN미디어 권의정 편성제작국장은 “‘생방송 스타뉴스 V 2.0’은 전문인력을 대거 투입해 심층 취재력을 보강하고 분석코너들도 강화할 예정이다”라며 “이번 개편을 통해 국내 최초, 국내 최고의 정격 연예 뉴스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연예 보도 프로그램들과 차별화 시키겠다”고 말했다.
▶‘흥신소’를 넘어서라= 그러나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소재의 특성상 심층취재와 파파라치의 경계에 서 있다. 요즘 연예뉴스 프로그램의 잠복취재와 재연화면 등은 여느 시사프로그램 못지 않은 수준.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무리한 취재를 시도하며 스타를 쫓아 다니는 추격전 자체를 볼거리로 여기고 있다.
‘Enews’는 ‘잠복취재 72h’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김희선의 결혼식 현장을 호텔과 한강을 사이에 둔 건너편 아파트에서 망원렌즈로 찍어 내보내기도 했다. ‘EN?U’ ‘은밀한 취재 흥신소’도 마찬가지다. 현영과 김종민의 열애가 알려지자 김종민이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는 법원, 현영의 집을 찾아 프로그램 기획의도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방법으로 취재를 시도한다. 그러나 이런 취재 시도 끝에 건지는 결과물은 거의 없다.
스타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하는 이른바 이니셜 토크도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서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Enews’의 ‘폐기처분’, ‘약간 위험한 취재’ 등은 재연화면과 함께 이른바 기자들의 이니셜 토크로 루머를 양산한다. 아이템도 ‘스타! 데뷔부터 은퇴까지 호빠(호스트바)가 책임진다?’ ‘연예인 성매매의 진화- 스폰서’처럼 자극적 소재 일변도다. 신변잡기식 아이템도 여전히 남아있다. ‘EN?U’의 ‘막무가내 과학수사대 ESI’는 신현준의 코 길이가 얼마인가를 진지하게 파헤친다.
자극적 소재에 기대 시청률은 올랐을지 몰라도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연예인들의 사생활과 뒷이야기를 파헤치는 Mnet ‘와이드 연예뉴스’의 ‘하.지.마(知摩)’는 지난해 11월에, tvN ‘신상정보유출사건은’ 올해 1월에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선정하는 이달의 나쁜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이에 대해 한상희 경실련 미디어와치 팀장은 “요즘 케이블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지상파와 비교해 틈새를 잘 노리기는 했지만, 이는 잘못된 틈새다. 언제까지 뒷조사 방송을 할 건지, 인격침해에 방송이 무디어져 간다”며 “해당 연예인이 소송을 걸었을 때 방송사 자체에도 타격이 갈 수 있는데 이런 세련되지 못한 취재방식 대신 심층성을 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