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이 북한과 남북대결에서 결국 무승부를 거뒀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6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3조 2차전 북한과 원정경기에서 전.후반 90분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한국은 1승1무로 같은 C조의 북한(1승1무)과 동률을 이뤘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 1위 자리를 지켰다.
허정무 감독은 조재진(전북)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배치하고 좌우 윙어로 박지성(맨유)과 설기현(풀럼)을 내세웠다.
박지성을 이용한 활발한 측면 돌파로 북한의 밀집수비를 뚫겠다는 허정무 감독의 승부수였다.
또 처진 스트라이커 겸 공격형 미드필더로 박주영(서울)을 투입하고 수비형 미드필더에 김남일(빗셀 고배), 조원희(수원), 포백 수비라인에 왼쪽부터 이영표(토트넘)-강민수(전북)-이정수(수원)-오범석(사마라FC)을 세우는 4-3-3 포메이션을 짰다. 수문장은 투르크메니스탄전 골문을 지켰던 정성룡(성남)에게 맡겼다.
북한도 `아시아 루니' 정대세(가와사키)를 원톱으로 올리고 유럽파 홍영조(베자니아)를 왼쪽 측면에 기용하며 스리백을 활용한 3-4-3 전법으로 맞불을 놨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대신 왼쪽 측면 공격수를 맡은 박지성이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조율했지만 수비로 일관하다 방심을 틈타 역습을 노리는 북한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왼쪽 날개를 돌파한 이영표가 아크 정면에 있던 조재진에게 찔러줬지만 조재진이 왼발로 강하게 찬 공이 왼쪽 골대를 한참 벗어났다.
이어 전반 13분 박지성이 왼쪽 측면에서 폭발적인 단독 드리블로 30여m를 전진했으나 상대 수비수에 걸려 아쉬움을 남겼다.
저돌적인 돌파가 강점인 홍영조와 위치 선정능력이 뛰어난 정대세를 앞세운 북한의 반격이 매서웠다.
정대세는 전반 18분 공을 가로챈 뒤 아크 왼쪽에서 강한 슈팅을 날렸으나 공은 그라운드에 깔리면서 골키퍼 정성룡 앞에서 힘이 떨어졌다. 이어 북한 김영준의 중거리포는 수비수를 맞고 굴절됐고 한성철이 날카로운 프리킥을 문인국이 몸을 날려 헤딩슛을 꽂았지만 골대 왼쪽으로 비켜갔다.
한국은 전반 24분 김남일이 볼 다툼 과정에서 쓰러져 들것에 실려나가는 악재가 겹쳤고 전반 25분 박지성이 오른쪽에서 길게 올려준 크로스를 수비수 이정수가 솟구쳐 올랐지만 헤딩 슛은 골문을 벗어났다.
허정무 감독은 김남일 대신 플레이메이커 김두현(웨스트 브로미치)을 투입해 오히려 공세를 강화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후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지 못했고 전반 인저리타임 북한 김영준의 오른쪽 프리킥을 골키퍼 정성룡이 펀칭하자 북한 공격수들의 헤딩으로 이어지는 아찔한 순간을 넘기기도 했다.
전반을 득점 없이 넘긴 한국은 후반에도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후반 11분 염기훈(울산)이 왼쪽 미드필드 부근에서 왼발로 프리킥을 감아찼으나 골키퍼 바로 앞으로 날아갔고 후반 15분에도 김두현이 아크 정면에서 강하게 때린 대포알 슈팅이 리명국의 선방에 걸렸다.
이어 후반 25분 박지성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박주영이 헤딩으로 살짝 떨어뜨렸지만 무위에 그쳤다.
또 후반 31분 염기훈이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골 지역에 도사리고 있던 박주영 머리를 겨냥해 찍어 올려주자 박주영이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공은 크로스바 위 그물을 흔들었다.
이후 허정무 감독은 체력이 떨어진 설기현을 빼고 수비수 한태유(광주)를 투입해 무승부 작전에 들어갔고 북한도 후반 인저리타임 스트라이커 정대세를 그라운드에서 내려 양팀의 90분 헛심 공방도 끝이 났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