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5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뒤 납치 당할 뻔 했는데도 경찰이 단순폭행사건으로 보고하는 등 초동수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3시44분께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의 한 아파트 3층 엘리베이터에서 정신이상자로 추정되는 5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따라오라는 것을 거부한 초등생 강모(10.여) 양을 복도로 끌어내 주먹과 발로 수 차례 폭행했다.
강 양은 맞으면서도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고 1층에 살던 이웃 주민이 비명소리를 듣고 곧바로 뛰어 올라와 다행히 화를 면했다.
범인은 주민이 나오자 계단을 통해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 엘리베이터를 다시 타고 내려와 유유히 아파트를 빠져나와 달아났다.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던 강 양은 범인의 무자비한 폭력에 머리카락이 빠지고 팔에 멍이 드는 등 상처를 입었으며 강 양의 부모는 관리사무소를 통해 10분 정도 지난 뒤 일산경찰서 대화지구대에 신고했다.
신고 직후 대화지구대에서는 경찰관 3명이 나와 강 양의 부모를 만나 피해 내용을 들은 데 이어 엘리베이터 CCTV 녹화 화면을 확인하고 지문 채취을 채취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대화지구대는 다음날인 27일 이 사건을 단순폭행사건이라며 일산경찰서에 보고한 뒤 지문 확인이 어렵다는 내용을 전화로 부모에게 알리는 선에서 그쳐 사건을 너무 소홀히 처리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일산경찰서는 지구대에서 단순폭행사건으로 보고하는 바람에 사건 발생 3일 뒤인 29일이 돼서야 폭행 장면과 범인의 얼굴이 담긴 CCTV 화면을 확보하고 피해학생 부모와 경비원을 만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같은 납치미수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본서에 즉각 상황보고를 해 긴급인력을 투입, 피해자를 확보하고 주변 진술을 듣는 등 인질강도사건에 준하는 초동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다.
일산경찰서 한 직원은 "피해자 진술과 CCTV 화면만 봤더라도 충분한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지구대에서 왜 이렇게 처리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오히려 경찰의 안일한 태도에 답답함을 느낀 강 양의 부모는 피해 내용이 적힌 전단지를 만들어 아파트 주변에 배포하는 등 범인을 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일산경찰서 관계자는 "절차상 지구대에서 관련 서류가 넘어오고 담당 형사를 배정하는데 사흘이 걸린다"며 "어제 CCTV 화면을 확보하고 피해자 부모를 만나는 등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늑장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