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기업 정책은 예고된 것처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eindly) 정부가 될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이 대통령이 '과감한 규제개혁 → 기업들의 자발적인 투자 및 일자리 창출 → 활기찬 시장경제'를 밑그림으로 하고 있는 만큼 상당수의 기업 정책은 규제개혁에 초점이 맞춰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의 '족쇄' 푼다 = 이명박 정부 뿐아니라 규제개혁은 과거 정부도 역점을 뒀던 분야다.
하지만 새 정부 첫 업무보고에서 보여지듯 규제개혁의 방식이 과거 정부와 사뭇 달라졌다. 원칙적으로 규제를 풀되,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다.
우선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가 꼽힌다. 출총제는 다른 회사에 대한 출자한도를 순자산의 40%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로, 현재 7개 기업집단 소속 25개사가 적용되고 있다. 출총제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 경우 출총제를 적용받는 삼성그룹 9개사, 현대.기아차그룹 5개사, 롯데그룹 4개사, 금호아시아나그룹, 한진그룹, 현대중공업그룹 각 2개사 등이 '순자산 40%'라는 제한없이 자유롭게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2002년부터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인 대규모 기업집단(재벌)에 적용돼온 상호출자.채무보증 금지의 기준이 '5조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규제 대상이 되는 대규모 기업집단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하이트맥주, 현대산업개발, KT&G, 동양화학, 한솔, 농심, 한국타이어, 태평양 등 21개사가 '상호출자.채무보증 금지'라는 규제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회사 부채비율 200% 요건과 비계열회사 주식 5% 이상 보유금지' 규정을 폐지키로 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지주회사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향후 재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촉진할 전망이다.
금산분리 완화도 새 정부가 추진할 주요 업무로 제시됐다. 그동안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엄격하게 분리했던 것과 달리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을 열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기업들의 공장 설립도 보다 용이해진다. 민간 기업이 산업단지를 개발할 경우 거쳐야 할 인.허가 기간을 최장 48개월에서 6개월로 대폭 단축, 기업의 투자의지를 북돋을 방침이다.
또한 기업들이 쉽게 부지를 확보해 경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3천300만㎡의 장기 임대 산업단지를 공급키로 했다. 이는 당초 계획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나아가 최저 자본금제를 폐지해 창업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주주총회 간소화, 온라인 주주총회, 전자유가증권제 등을 시행키로 한 것도 규제개혁의 일환이다.
◇기업의 안정경영 뒷받침 = 정부는 또한 적대적 M&A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도입키로 했다.
포이즌 필(Poison Pill)과 차등의결권(Dual Class Stock)이 그것으로, 포이즌 필은 적대적 매수자가 이사회 동의없이 일정 지분 이상의 주식을 취득할 때 다른 주주에게 미리 정한 낮은 가격으로 주식 등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 적대적 M&A를 막는 방어 전략이다.
차등의결권은 기업 대주주 지배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소위 '황금주'에 보통주의 수십 또는 수백배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이는 'M&A에 대한 방어수단이 없어 경영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기업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법인세율 단계적 인하 조치도 기업들의 경영을 지원하기는 수단이다.
높은 세율의 경우 현행 25%에서 내년 22%, 2013년 20%까지 내리고, 낮은 세율의 경우 현행 13%에서 내년 11%, 2013년 10%로 인하하는 게 법인세 인하 방침의 주요 내용이다.
아울러 정부는 법인세 과표구간을 '1억원 이하 13%'에서 '2억원 이하 10%'로 낮추고 중소기업의 최저한세율을 10%에서 8%로 낮추는 방안과 연구개발(R&D) 시설투자의 세액공제율을 7%에서 10%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지속적인 '비즈니스 프렌들리' 시그널" = 재계는 정부가 내놓은 기업 정책에 대해 '환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규제 혁파'라는 재계의 오랜 염원이 현실화 단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현실화될 지 여부다. 각각의 정부 정책이 실제 적용되기 위해서는 법제화 작업 등이 뒤따라야 하는 만큼 일부 정책은 '시도'에 그칠 수 있으며, 수정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재계는 "새 정부가 기업들에게 신뢰를 얻는 데는 성공했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현석 대한상의 상무는 "업무보고에서 나타난 정부 정책의 기본 방향 및 의지는 '기업 우호적'으로 평가된다"며 "기업들도 '규제'라는 걸림돌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상무는 "중요한 것은 업무보고에 제시된 내용들이 차질없이 추진되는 것"이라며 "우선 법과 제도로 뒷받침돼야 하며, 이를 운용하는 일선 공무원들이 '경제를 살린다'는 일념으로 적극 나서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일단 정부는 기업인들에게 확고한 신호를 줬다"며 "기업들은 투자를 결정함에 있어 조심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제스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입장에서 '규제=돈'인 만큼, 규제가 사라지면 사라질수록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여력이 더욱 커진다는 뜻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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