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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정주영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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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정주영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4.1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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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건설, 중동 건설시장 진출, 조선소 건설, 자동차 독자개발, 88서울올림픽 유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생전에 이룩한 굵직한 업적들이다. 정 명예회장이 아닌 다른 기업인들이 그 역할을 맡았어도 해낼 수 있었을까.

   정 명예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있던 1970년대에서 1980년대 말까지 전경련 국제담당 상무로서 그를 보좌했던 박정웅 ㈜메이텍/맥세이프카트 사장은 이 질문에 단연코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박 사장은 정 명예회장의 전기 '이봐, 해봤어?'의 저자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국제경영원 주최 월례조찬회 강연을 통해 "정 명예회장은 당시 다른 기업가들이 감히 엄두도 못내는 사업들을 엄청난 위험과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감행해 성공시킴으로써 다른 대기업들이 그 뒤를 따르게 했고 이로써 한국경제의 선진화에 앞장섰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경부고속도로나 중동건설 시장 진출, 조선소 건설 등 정 회장의 사업계획이 세상에 알려질 때마다 이른바 '전문가' 집단이나 관료, 학계에서는 예외없이 '무모한 짓'이라며 반대에 나섰다"고 회상했다.

   일각에서는 "현대그룹과 정회장 자신의 파멸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커다란 재앙을 가져올 무모한 시도를 하는 것은 그가 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으며 국제사정도 모르고 무식하기 때문"이라는 노골적인 비난마저 없지 않았다고 한다.

   박 사장은 "정 명예회장이 이런 사업을 앞서서 주도하지 않았다면 당시 한국에서 이 같은 사업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위험요소와 국내 대기업들이 그에 대해 가졌던 자세를 봤을 때 다른 누구도 이 일을 대신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 명예회장이 아니었다면 자동차공업이나 조선공업과 같이 기술발전이나 산업연관효과가 큰 기간 산업분야에서 한국은 선진공업국의 아시아 제조기지 정도로 전락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정 명예회장은 또한 심각한 위기상황에서 좌절하기는 커녕 위기를 결정적 도약의 기회로 반전시키는 승부사였다고 박 사장은 회고했다.

   조선업을 시작한 지 불과 몇년 뒤 닥친 석유파동으로 선주들이 주문한 배를 인도해가지 않자 아예 직접 해운회사를 차린 것이나 자동차공업 초창기에 미국 포드자동차 조립생산에서 실패를 겪고 난 뒤 오히려 독자개발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됐다.

   이밖에 전후 인플레이션으로 공사 수주가의 몇 배가 들어간 교량 복구공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형제들의 집까지 팔아가며 완성함으로써 한강인도교 복구공사를 따낸 일이나 엄청난 적자로 끝난 태국 고속도로 건설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주역이 된 것 등 정 명예회장의 승부사 기질을 보여주는 일화들은 무수히 많다고 박 사장은 소개했다.

   박 사장은 "일본과 독일에도 전후 경제부흥을 주도한 유명한 기업가들이 있지만 그들은 이미 산업화의 경험이나 인력, 기술 수준에서 정 명예회장 당시의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좋았다"면서 "이렇게 처참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업적을 남긴 정 회장은 금세기 세계 어느 기업가들보다도 뛰어난 기업가"라고 강조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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